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의 기록자 Dec 06. 2022

크리스마스에는 나 홀로 집에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이 되면 한 해의 마무리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데, 그중에서 제일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는 단연 크리스마스다.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지만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곤 했다. 평소에도 함께 먹었지만, 유독 그날이 되면 약속하지 않아도 모두 집에 일찍 들어왔었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각자의 일을 당연한 듯이 시작했는데,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만 꺼내는 오래된 트리를 꺼내왔고 엄마는 우리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셨다. 나와 언니들은 거실에 함께 모여 트리를 꾸몄다.

아빠가 나무의 뼈대를 하나씩 펴면서 트리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면 우리는 나무에 장식품들을 하나씩 달기 시작했다. 트리의 마무리는 언제나 예쁜 전구를 두르는 일이었는데, 전구는 크리스마스에 한 번 쓰고 나면 고장 나기 일쑤여서, 해마다 새로운 전구를 사야 했다. 처음에는 빨, 주, 노, 초 색깔이 들어간 촌스러운 조명이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은은하고 예쁜 불빛의 전구로 탈바꿈을 했다.


내가 언니들과 정성껏 트리를 꾸미면 아버지는 새로 사 온 전구를 나무에 둘러주셨고, 신이 난 우리는 집 안에 있는 불을 다 끄고 트리 점화식을 하였다. 내가 “불 켠다~”하고 말하면 언니들은 “하나! 둘! 셋!” 하며 카운트다운을 하였다. 보잘것없는 인조 나무가 장식품과 조명을 입으니 살아 있는 존재가 되었다. 불이 꺼진 집안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트리 조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겨울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따뜻한 봄이 된 기분이었다. 거기에 낭만을 더해줄 캐럴까지 들으면 정말 존재하는지 아리송한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 앞에 온 것만 같았다.

영화 나홀로집에. 휴스 엔터테인먼트. 1991.

집안을 다 꾸미고 나면 엄마표 맛있는 음식이 상에 가득 차려졌고, 다섯 식구가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후에 우리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크리스마스 영화 대표작인 ‘나 홀로 집에’를 보았다. 영화를 보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물씬 느껴보기도 하고, 주인공이 부모님 없는 집에서 도둑들을 물리칠 때는 나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게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우리는 트리를 꾸미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았다. ‘나 홀로 집에 1’부터 시작하여 시리즈가 1, 2, 3로 계속 등장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가 되면 우리는 ‘나 홀로 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부모님과 언니들이 없는, 남편과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어렸을 때처럼 트리를 꾸미지도 않고, 캐럴을 듣거나 영화를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트리를 꾸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번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남편과 트리를 꾸미고 캐럴을 들어야겠다. 그리고 추억이 담긴 영화 ‘나 홀로 집에’도 잊지 않고 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의 겨울 간식, 붕어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