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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Dec 04. 2022

추억의 겨울 간식, 붕어빵.

주말을 한가롭게 보내고 있는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저녁도 먹었고 집에서 종일 뒹굴거리고 있는데, 문 틈 사이로 겨울바람이 슬며시 들어왔다. 따듯한 집안에 있다가 바깥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산책이 가고 싶어졌다. 나는 겨울바람을 대비하여 옷을 단단히 꺼내 입고 밖으로 향했다.


역시 겨울이었다. 이제는 가을도 아니고 정말 겨울이었다. 겨울바람에 시린 손을 패딩 주머니에 꼭 넣고 얼굴을 목도리 사이로 파 묻었다. 그러나 문득 네가 생각이 났다. 이맘때쯤이면 먹었던 것. 예전에는 천 원이면 4개는 족히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천 원을 주고서야 겨우 3개를 먹을 수 있는 그것.


바로 붕어빵이었다.



나는 겨울에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음식들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붕어빵이라던가 포장마차에서 먹는 어묵, 그리고 한겨울 군고구마. 이 음식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날이 추우면 추울수록 맛있다는 것이다. 겨울의 시린 바람을 느끼면서 먹을수록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중에서 나는 붕어빵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적에는 붕어빵 가게 앞을 지나갈 때면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털어 붕어빵을 사 왔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붕어빵을 먹을 때 머리부터 먹는다. 붕어의 머리를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왠지 내가 승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붕어 네 녀석을 다 먹어주겠다는 당찬 의지를 가지고는 그렇게 붕어 몇 마리를 혼자서 다 먹어치웠다.


가게에서 붕어빵을 사면 종이봉투에 붕어빵을 담아주셨다. 붕어를 골라 담은 종이봉투를 건네받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긴지, 사장님이 신중하게 붕어를 고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침이 꼴깍 넘어갔다. 드디어 내게 온 붕어빵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하게 된다.


감사합니다!!


붕어빵을 사러 가서는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늘 빈손이었는데 아마도 집에 오는 길에 야금야금 다 먹었기 때문일 거다. 어렸을 때는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곳이 정말 많았었는데, 요즘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붕세권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 같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우리 집 앞에는 붕어빵 가게가 없음을 이야기하며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친구가 좋은 정보를 알려줬었다. 요즘에는 붕어빵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어플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가슴속 3천 원



이름 한번 깜찍하다. 그렇게 붕어빵이 먹고 싶었던 나는 어플을 켜서 붕어빵 가게를 찾아보았다. 길거리를 걸어가면서는 보이지 않던 붕어빵 가게들이 지도를 켜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몇 군데를 돌고 돌아서 문을 연 곳을 발견했다. 사장님이 붕어빵을 바쁘게 굽고 계셨다.


"사장님 붕어빵 주세요"

"팥으로 드릴까요? 슈크림으로 드릴까요?"

"팥이요!"


어린 시절 먹었던 붕어빵은 팥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요즘에는 다양한 맛의 붕어빵이 나오곤 있지만, 추억의 맛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두 손 가득 붕어빵을 받아 들고 집으로 오는 길, 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집 근처 붕어빵 가게를 알게 되었으니 올 겨울 간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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