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5살의 결혼한 여자이다. 어릴 때는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단순했다. 학생이었거나 혹은 청년 그리고 누군가의 딸로 불렸고,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그에 따른 직책으로 불리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나를 부르는 호칭이 몇 가지 더 늘어났다.
먼저는 결혼한 여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새댁 그리고 신혼을 즐기는 신혼부부라고도 불리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름으로 나는 불리는데, 그중에서 제일 듣기 싫은 호칭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줌마이다.
나의 편견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줌마라고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촌스런 디자인의 옷을 입고 시장을 활보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아줌마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딱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줌마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나이로 보나 결혼을 한 기간으로 봐도 이제는 아줌마라고 불려도 될법한데 아직도 어색해서 당황스러운 때가 많다.
아침 출근길이었는데 그날따라 버스에 승객들이 많았고, 좌석은 물론이고 서 있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버스에 타지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버스에 타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손님들을 밀쳐가며 타거나 뒷문으로 끼여서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어떻게든 타보려고 했지만 차마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출근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망설이고 있던 그때, 버스 기사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줌마 탈 거예요. 안 탈 거예요?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쿵하고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버스는 출발해버렸고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꽤 오래 서있었던 것 같다.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나 이제 아줌마지...’ 분명히 맞는데 왜 자꾸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결혼한 것이 싫은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아줌마라는 말은 듣기 싫은 상황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날에 대한 충격으로 나는 왜 아줌마라고 불리기 싫은가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했었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 말이 듣기 싫은 것보다는 지나가버린 나의 청춘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더 이상은 청춘이라고 불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함께 할 가족이 있기에 이제는 감정에 치우쳐 자유롭고 혹은 무모하게 행동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아줌마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속에 스치듯이 떠올라 아쉬워졌던 것이다.
즉 나에게는 청춘이라는 말과 아줌마라는 말이 상반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줌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의 청춘이 끝난 것처럼 들렸던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아직은 내가 너무 어린가 하면서도 결국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나를 부르는 호칭이 어떤 것이 되었든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무뎌지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는 더 즐거운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