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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면 달라지는 것.

by 순록

아이를 갖기 전에 우리는 새 아파트로 이사 갈 계획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새로운 곳에서 보금자리를 꾸밀 계획을 했다. 전세로 남의 집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살면서 전세살이의 서러움을 자주 겪었다. 그래서 내 집이 생겼을 때 날아갈 듯이 기뻤다.


"방이 세 개니깐 하나는 부부방 그리고 드레스룸 나머지는 취미방으로 하자 어때? 이제 못도 박을수 있고 신혼사진도 벽에 걸 수 있네? 그럼 티브이도 벽에 걸어버리자!!"


우리 부부는 모아둔 돈 하나 없이 결혼했다. 신혼 가전은 꿈도 못 꿨다. 오백만 원 정도의 예산에 맞춰서 저렴한 것을 고르고, 지인들의 안 쓰는 물건을 물려받아 신혼을 시작했었다. 친구들이 집들이 언제 하냐고 물어보면 겉으로는 알겠다 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신혼집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았던 나였기에 새 집을 꾸미는데 돈이 많이 든데도 괜찮았다. 신혼 때 못 이룬 로망을 다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기 전에 가전과 가구를 계약했다. 소파도 처음 사보고 침대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구입했다. 그렇게 인테리어가 마무리될 즈음 아이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드레스룸과 취미방을 포기해야 했다.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는 자꾸만 멀어져 갔다. 식물도 키우고 북선반도 놓으려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크고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리저리 넘어지고 머리를 박았다. 고민 끝에 결국 많은 돈을 들여 거실과 복도에 시공매트를 하게 되었다. 쫓아다니면서 위험이 될만한 것을 예방해 주었지만 소용없었다. 돌아서면 다른 녀석이 사고를 치고 있었다. 한 번은 쓰레기통 다리를 빨고 있는 첫째를 보고 놀랐고, 안방 바닥에 있는 멀티탭에 침을 묻히는 둘째를 발견하고는 식겁했다. 그 이후로 바닥에 두었던 물건들은 전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두었다. 지금보다 아이들이 더 크고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 온갖 문을 열어 댈 거고 더 큰 사고를 치겠지. 그래도 전셋집이 아니라 작지만 우리의 집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아이들이 마음껏 기어 다닐 수 있는 거실이 있고 쌍둥이들이 잘 수 있는 방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요즘에는 집 구경을 하는지 둥이들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어느 날은 커튼 뒤에 숨어 있다. 또 한 녀석은 안방 구석에 가있다. 화장실 앞에서 버둥대거나 베란다로 가보려다 나한테 걸려서 안겨서 돌아온다.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제는 호명반응도 되어서 부르면 배밀이를 해서 엉금엉금 나에게 온다.



새 집이 생기면 꾸미려고 했던 예쁜 인테리어의 집은 지금 없다. 우리 집 거실은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이득하다. 식탁에는 어른 의자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앉는 의자가 2개 추가되었다. 가구들에는 모서리 방지 테이프가 붙어있고 화장실 앞에 놓는 발수건조차 없다.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는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의 제일 큰 인테리어는 은둥이들이다. 아이들 덕분에 포근하고 따뜻한 집이 될 수 있었다. 이토록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아이들이 더 많이 웃고 자주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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