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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Aug 04. 2017

퇴사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우리의 이야기

드디어 그만두고 싶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왔다.

얼떨결에 입사했던 회사

원하는 곳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해왔던 일도 아니었던 회사

말 그대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사한 회사였다.


‘그래 딱 일 년만 버티고 그 후에 다른 곳을 찾아보자 어차피 지금 당장 취업도 안 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다니기 시작한 회사였다.

늦은 나이에 새롭게 취업을 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릴 적에는 자신에게 자신이 넘쳤었다.

어디든 나를 필요로 했고, 나처럼 센스 있게 일하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많은 사람이 나를 원했고 또 늘 주변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그 일이 마치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일은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지극히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내가 입사한 회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였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그리고 경력자여야 할 나이인데 불구하고 신입이어서 원치 않는 무시도 많이 받았다.

남몰래 울고, 때로는 또래 사원들과 하소연을 하면서 버티기도 하였다.


‘그래 1년만 버티고 웃으면서 사표 던지고 퇴직금 받고 나오자’

그 생각 하나로 일을 해왔던 것 같다.     



회사에 적응을 하게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게 울고 웃으며 1년이 지나니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적응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데 꼭 퇴사를 해야 하는 걸까

게다가 월급도 잘 나오고 이직하려면 쉬는 시간 동안 돈을 벌지도 못하고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하루에도 일을 하면서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어느 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았다.

예전에 아는 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할 때의 너 기억나?”

“아니? 나 그 시절에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만 나는데…….”

“아니야 그때의 네 모습은 빛이 났었어.”


그 말이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일은 물론 힘이 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던 때였다.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구나...     

물론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힘이 들었다.

사실은 경제적인 문제가 제일 커서 어쩔 수 없이 내려와야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나는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빛나던 내 모습이라…….

과거의 사진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을 보았다.

거울의 비친 모습의 나는 어딘가 불행해 보였다.     

그때보다야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편해졌지만, 어딘가 꿈을 잃은 기분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그저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데,

나도 결국…….

어릴 때 혐오하던 어른들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슬퍼졌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다.

이대로는 내가 제일 혐오하던 돈만을 벌기 위해 일하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갈 것 같았다.

물론 돈을 버는 어른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목적 없이 살고 있는 내 모습 자체에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우선 쉬자

쉬면서 나를 다시 찾아가 보자.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릴 적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보통의 인간인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불행하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답을 찾아보자.


물론, 주변의 사람들은 대책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 시간이 자격증 하나를 더 취득하고 알바라도 하면서 생활비를 벌라고 할 수도 있다.

네 나이가 어떤 땐데…….

지금 한참 돈 모을 시기 아니냐며, 그렇게 살면 결혼은 어떻게 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 쉬지 않으면

지금 나 자신을 찾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꿈 많던,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던 어린 시절에 나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적어도 어릴 적 내가 불쌍해하던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나 자신에게 대화를 건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찾고 빛나던 그때의 나로 행복해하던 내 모습을 회복하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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