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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Jun 16. 2021

나는 여우가 될 수 없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관계처럼


어릴 때 나는 책을 읽을 때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명장면과 명대사만을 위주로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사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주인공과 그 안의 인물들의 관계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멋있는 문장과 글에 반해서 거기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내 인생에도 생각이란 것을 더 깊이 할 때 즈음 그제야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비로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다.

왜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필독서여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읽었던 책들의 왜 필독서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안에는 그 나이에 내가 배워야 할 삶의 의미와 가치관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잘 설명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삶에 있어서 관계를 중시하는 나에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라고 하면 단연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그중에서도 여우의 대사를 늘 기억하곤 했었는데,

어릴 때는 그저 문장이 예뻐서 기억하는 문장이

이제 성인이 된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나는 절대 여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더 이상

기다림을 설렘으로 맞이하고 이별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여우가 될 수가 없다.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나에게 너는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나 역시 너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인내심이 필요해 우선 나와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 있어 나는 너를 곁눈질해서 볼 거야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만 불러일으키니까
너는 그냥 날마다 조금씩 나한테 더 가까이 다가앉는 거야"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여 친구로 삼았다.
어린 왕자가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우는 "나는 울 것만 같아"하고 말했다
"그건 네 탓이야 나는 너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길들여달라고 한 건 너야...."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너 울려고 하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여우가 말했다.


-어린 왕자 (사막여우와의 대화) 중에서-


나는 문득 여우가 한 말이 생각났다

'길들여진 사람은 울 각오를 해야 한다'라는 여우의 말이...

지금의 나라면 이렇게 여우에게 물어볼 것만 같다.



"여우야!!
나는 너처럼 길들여지느니 혼자를 택하겠어.
 이런 일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 거니"
라고 나는 물어볼 것이다.

"그렇지 않아 소용이 있어. 매일 밤 공원을 걸으며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게 되면 너는 그를 생각할 테니까" 여우는 말을 이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되는 거야 너는 너의 삶을 살고 그는 그의 길을 걸어가겠지만 이전보다는 행복할 거야 아니, 불행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길들여진 사람은 울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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