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그랜트 (2016). 오리지널스.
[생각숨 7호]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라." 루시 스톤(Lucy Stone, 1893)
초등학교 꼬맹이 시절. 일요일 아침을 가슴 설레며 기다렸습니다. 8시 전에 얼른 텔레비전을 켜고 그 앞에 눕거나 앉아 딴짓을 합니다. 그리고 8시!(아마도 그 시각이 맞을 겁니다) 바로 디즈니 만화 영화가 방송됩니다! 요즘 아이가 만화 영화를 넋놓고 보고 있는 걸 보자면, 가끔 저의 꼬맹이 시절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곤 합니다. 최근 아내와 월트디즈니의 백설공주 영화를 보았습니다. 여러 논쟁 때문인지, 비싼 영화관람료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희 부부를 제외하고 딱 두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기이기도 하겠지만 저와 아내는 영화가 흥미로웠고 배울 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백설공주라는 여성의 리더십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한 여성인 백설공주가 리더십을 자각하고 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지막으로 리더십을 통해 지위를 획득하는 결과까지. 영화 백설공주는 여성의 리더십을 연구하는데 아주 유용한 자료였습니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오리지널스(Originals)를 독창성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독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주장하죠(p. 61). 그렇다면 독창성이란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질까요? 1장 창조적 파괴에서 그는 위험 포트폴리오(risk portfolios)를 설명합니다. 위험 포트폴리오란 사람들이 삶의 한 부분에서 위험을 감수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는 관행을 따른다는 개념입니다(p. 48). 저자는 이를 실행한 사람의 예로 시인 T. S. 앨리엇(Thomas Stearns Eliot)과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Morad Omidyar), 스타킹을 만든 세라 블레이클리(Sara Treleaven Blakely)를 언급합니다. 이들은 독창성 있는 작업(황무지라는 시의 창작, 이베이 창업, 스타킹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한 일)을 위해 은행원, 프로그래머, 팩스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돈을 마련했고, 밤과 주말, 근무 외 시간에 독창성 구현에 매달렸습니다(p. 49). 이들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실현할 돌파구를 마련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위험을 완화했기 때문입니다(p. 50).
이제 백설공주를 만나보죠. 백설공주는 왕비(마녀)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아도 성실히 청소하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심지어 인정까지 받습니다. 그리고 감자를 훔치러 왔다 왕비에게 가혹한 처벌을 받는 남성을 목격하고(그 남성이 잘 생겨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의에 대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죠. 백설공주는 이후에도 섣불리 위험에 뛰어들어 열정만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다. 백설공주는 아주 신중히 위험을 고려하며, 주저하고, 고민합니다. 과연 정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는 오리지널스의 2장 주제인 눈먼 열정에서 벗어나기와도 일치합니다. 결국 마법의 거울이 이 백설공주의 리더십을 알아채 버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내면에 독창성을 지닌 백설공주였거든요. 그래서 왕비에게 쫓겨나게 됩니다. 자! 이제 백설공주는 자신의 리더십을 어떻게 자각하고 구체화시킬까요?
다시 오리지널스입니다! 3장의 주제는 위험을 무릅쓰다입니다. 백설공주의 독창성(정의와 친절함)을 신뢰하는 조력자의 도움으로 백설공주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드디어! 숲속에서 일곱 난쟁이인 박사(doc), 투덜이(grumpy), 행복이(happy), 잠꾸러기(sleepy), 부끄럼쟁이(bashful), 재채기(sneezy), 멍청이(dopey)를 만나죠. 백설공주의 독창성(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며 순간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기)에 일곱난쟁이도 곧 조력자가 되죠. 조력자의 지지를 조금씩 얻게 되는 백설공주는 다시 한 번 위기를 맞닥뜨립니다. 왕비의 명령에 경비병들이 공주를 찾아 죽이려고 하죠. 이때 앞서 공주가 구해준 남성과 무리를 만나는데, 경비병들에게 갇혀 그들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백설공주는 그들을 구해주기 위해 두 번째 위험을 무릅씁니다!(첫 번째는 남성을 구출하는 소극적 위험 무릅쓰기)
오리지널스 3장에는 위험을 무릅쓰는 여성 리더 한 명이 나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카메니 메디나입니다. 그녀는 CIA에서 정보 공유 방식의 문제점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합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비밀 인터넷 인텔링크를 만들자는 것이죠. 그녀의 제안은 바로 묵살당했습니다. 비밀 인터넷이라고 하더라도 해킹에 노출된다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동료들은 판단했습니다. 정보 공유라는 목적에 비해 방법이 너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정보는 반드시 인쇄된 자료를 통해 늦더라도 봐야 하는 사람에게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메디나는 비밀 인터넷의 장점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돌아온 건 한직으로 밀려나는 인사 발령이었습니다. 그리고 13년 후 CIA에 내부자용 위키피디아인 인텔리피디아라는 플랫폼이 만들어졌고, 그 핵심 관계자에 카메니 메디나가 있었습니다. 13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애덤 그랜트는 조직에서 진언하기 위해서는, 즉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독창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지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권력과 지위를 구별하는데, 권력은 타인을 대상으로 통제력이나 권위를 행사는 것이며, 지위는 그 위치에 있음으로써 타인의 존중과 선망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p. 122). 앨리슨 프레게일(Ailson Fragle)은 실험을 통해 지위가 없는데 권한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는다는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타인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까다랍고 억지를 부리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이제 연구 결과를 메디나에게 적용해볼까요? 메디나는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권력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위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주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p. 123)생긴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메디나의 이야기입니다. 메디나는 한직으로 밀려난 뒤 조직에서 착실히 신뢰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정보 보안 분야에서 위험 포트폴리오를 마련한 뒤 정보를 관리하며 실적을 쌓았죠. 그녀는 중간 관리자로서 후배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권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백설공주는 메디나보다 영리하게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4장 서두르면 바보에서 저자는 독창성을 발휘하는 혁신가를 두 가지로 나누는데 개념적 혁신가(conceptual innovator,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 개념을 실행하는 착수하는 사람들)와 실험적 혁신가(experimental innovator,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식을 구축하고 진화하는 사람들)입니다. 백설공주는 독창성을 발휘할 때 늘 실험적 혁신가로 시행착오를 보여주며 함께 행동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왕비의 충실한 경비병도 그런 방법으로 마음을 얻었고, 일곱난쟁이와 남성의 무리도 마찬가지였죠. 절대 지위를 얻기 전에 진언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백설공주는 여성으로서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그리고 공주로서 자신의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명확히 알았고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리더십을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최적의 균형점과 트로이 목마를 향해 나아갑니다.
오리지널스 5장의 주제는 최적의 균형점과 트로이 목마입니다. 이 장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세 인물의 갈등을 다룹니다. 루시 스톤(Lucy Stone) , 수전 B. 앤서니(Susan B. Anthony),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인데, 이들은 여성 참정권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다 얼마 안 가 치열하게 싸우는 경쟁자이자 앙숙이 됩니다. 애덤 그랜트는 그들의 연대가 와해된 이유로 사소한 차이를 버리지 못하는 아집을 들었습니다. 세 사람은 여성 참정권이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추진 전략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앤서니와 스탠턴은 목표를 위해 급진적인 방법도 불사했습니다. 하지만 스톤은 전략마저 목표에 부합해야만 했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두 번째 와해 이유는 온건한 과격파와 트로이 목마입니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트로이 목마에 진짜 비전을 숨김으로써 자신의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노출시키지 않습니다(p. 217). 여성 참정권 운동은 당시 급진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미국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스톤은 이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직접적으로 노출하기 전에 기독교여성금주동맹과 연대했습니다. 여성에게 투표하라는 구호보다 알코올 남용과 싸우고 싶다면 투표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가정을 지키는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주장으로 급진적인 목표를 온화한 목소리로 바꾸었죠. 참신함으로 시작해서 익숙함을 더할 경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p. 235).
다시 백설공주의 이야기입니다. 공주는 왕비에게 맞서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세 번째 위험을 무릅쓰기입니다. 이번 위험은 정말 죽음을 무릅 쓴 도전입니다. 조력자와 함께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혼자서 경비병과 왕비에게 맞섭니다. 그 독창성(명분, 용기, 지위)은 마을 주민들을 움직입니다. 어느덧 왕비 앞에 백설공주는 혼자가 아니었죠. 그리고 왕비의 명령으로 백설공주를 죽이려는 경비병에게 조용히 그리고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을 기억한다고. 당신의 친절함을, 당신의 어린 시절을, 당신의 가족을 모두 기억한다고. 왕비가 준 칼도 버리죠. 백설공주는 사소한 차이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참된 리더죠. 왕비를 쫓아내자고 하지 않습니다. 경비병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비전인 새로운 리더, 새로운 왕국을 만들겠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억하고 바라보며 온건한 과격파로 트로이 목마를 싣고 묵묵히 걸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끝내 권력을 행사해 백설왕국을 만들어 냅니다.
백설공주를 보며 그녀의 독창적 리더십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피부색이나 인종이나 그런것들은 정말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마법의 거울의 말처럼 내면적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니까요. 나의 본질, 자기다움이 결국 나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니까요. 누군가는 보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는 마법의 거울은 당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해줄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 자기답게! 힘을 내시길! 아무쪼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