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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식 협상'?... 협상에 비열함이 어딨나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1'

by 생각하는T
'세이노 추천' 협상 스테디셀러

협상의 3대 요소 정보·시간·힘
정보탐색 수에 따라 달리해야

결정권 없음·터무니없는 첫 호가
적대적 관계서 쓰는'소련식 협상'
소개하면서 "당하지 말란 뜻" 포장


#협상 상대가 나에게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도록 한다. 가격과 같은 중대한 조건에 이견이 있다면 '이건 일단 넘어가자'라며 다른 조건 협상을 마친다. 대부분 협상을 마친 뒤 '가격은 절대 양보 못합니다' 최후통첩을 날린다. 상대는 지금껏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워 상대적으로 양보를 더 하게 된다.

협상 분야의 스테디셀러 '협상의 기술 1'에 제시된 한 전략입니다. '너무 뻔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셨나요? 실제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거나 들어본 협상 전략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건 1980년 처음 나온 이 책의 내용이 이미 조각조각 너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 많더라도 그 원전을 한번 쭉 읽어보는 것은 협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자는 협상의 요소를 정보, 시간, 힘 등 3가지로 구분합니다. 읽고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읽기 전에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류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다음은 제 언어로 다시 정리한 '협상의 기술 1'의 주요 내용입니다.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다(심지어 정찰제도!)

-협상의 결과는 정보, 시간, 힘 등 3가지에서 결정된다.

-정보: 상대방의 현 상태와 얻고자 하는 바를 파악한다.

-시간: 마감 시한이 긴 쪽이 유리한 편에 선다.

-힘: 내가 얻을 것이 있는 협상에서는 내가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내줄 것을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결정권이 없음을 내비쳐라.

-나에게 또 다른 협상자가 있음을 들어 경쟁을 붙여라.

-상대방이 내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한 뒤 맨 마지막에 최후통첩을 해라(상대는 내게 투자한 게 아까워 양보한다)

-정통성의 힘을 이용하라. 별거 아닌 내용도 문서로 인쇄해 제시하면 무슨 효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화를 받지 말고 전화를 걸어라(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략당하지 말고 준비된 상태에서 응대할 것)

-협상, 회의 내용을 필기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맡아라(그래야 나의 언어로 협상 내용의 규정된다)

-참여의 힘-나와 이익을 같이 하는 이들을 참여시켜라. 내 제안이 상대방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보여라.

-조직의 대표로 나서지 말고 '개인'으로 협상하라(조직, 수치 관점에서 접근하면 상대는 논리로만 응대한다). 그들로 하여금 당신 개인에 호감을 갖고 도움을 얻도록 하라(감정을 일으켜라).

-협상 과정을 '상대에게서 이익 뺏기'가 아닌 '공동의 문제해결'로 바꿔라.


이 책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련식 협상법'입니다. 저자는 소련이 미국 등 서방 세계와 협상할 때 이 방법을 썼다고 이렇게 이름 붙였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냉전시대 소련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담긴 표현으로 읽힙니다.


ㅇ소련 스타일 협상

1. 극단적인 초기 입장(통상 100달러 가치를 갖는 제품을 구매하는데 첫 호가로는 5달러를 부른다)

2. 제한된 권한(협상 담당자가 "저는 지도부 의견을 따른 뿐"이라며 호가를 절대 올리지 않는다)

3. 감정적 전술(갑자기 화를 내거나 소리를 치는 방식으로 상대의 감정을 무너뜨리려 한다)

4. 적의 양보를 약점으로 간주함(자신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5. 양보에 인색

6. 마감 시한 무시(마감 시한 상관없이 내용이 안 좋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내뺀다. '결론'을 내고 가야 하는 서방의 기업, 공무원들은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저자는 이를 마치 '흑마술'을 소개하듯 "이런 방법이 있지만 쓰라고 알려주는 게 아니다. 단지 당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냉정한 협상의 세계에서 '비열하니 쓰면 안 되는 협상법'이라는 게 있을까요. 대놓고 써먹으라고 하긴 뭣하니 마지막에 '포장'을 한 것으로 읽혔습니다.


물론 이 '소련 스타일 협상'은 단점이 명확합니다. 상대방을 사실상 약탈하는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계는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마지막으로 '온유한 협상법'을 제시합니다. '제로 섬'이 아닌 '윈-윈 전략'을 찾으라는 것이지요. 협상의 목표를 '상대방을 이기는 것'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바꾸라는 뻔하지만 진리인 조언으로 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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