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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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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Mar 27. 2022

삼,십대 ep.19

비우기 그리고 채우기


인생은 한번 어긋나면, 어긋난 상태로 시간이 쌓여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막상 닥쳐보니 지나간 일은 흔적으로 남아 되돌릴 수 없지만, 비워내고 새롭게 채울 순 있더라.




비우기


보통 사람은 인생이 크게 바뀌는 시점에 비우기를 시작한다.

큰 사건에 휘말려 쓸데없는 인간관계를 비우고, 

생활환경이 바뀌어 생활용품을 비우는 것과 같이.


하지만 물건이 되었건, 사람이 되었건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가.

행복했던 기억도 애정 하는 마음도 이렇게나 생생한데..


그렇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우지 못하고, 

있던 자리에 다시 돌려놓고 만다.


하지만 제떼 비우지 못한 '그것'은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할 뿐.

둔다한들 쓸데가 생길 리 전혀 없다.


오히려 방치된 채로 주변을 복잡하게 만들어,

정작 쓸모 있는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시야를 가려버린다.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웠던 추억이라도.

버려야 할 유통기한이 이미 훌쩍 지났다면 과감하게 처리하시길.


미련에 잘못 삼키기라도 하면, 

된통 탈이 날지도 모르니까.




채우기


채우기의 스타트는 비우기다.

무엇이든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비워진 상태는 흰 도화지와 같아 무엇이든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렇게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됐다.


굵직한 실연들도 경험이라고,

비운 후 채워지는 것들은 그 경험을 기준으로 점점 더 완벽해진다.


나는 애인에게 "지금의 내가 제일 좋아서, 어느 순간으로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종종 한다.


매일 밤 이불 킥이 필수였던 

그 옛날의 실수와 후회들은 몸속에 데이터처럼 축적되어,


선택의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줬고

조금 덜 후회스러운 선택을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줬다.


한번 어긋난 인생은 그 위로 시간들이 쌓여 

다시 걷잡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릴 순 없어도, 

비우고 채우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미래를 바꿀 순 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기준치에 점점 더 근접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떤 과거를 가졌던, 이처럼 우리는 모두 앞으로의 삶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그러니 한 번의 되돌릴 수 없는 실수에 좌절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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