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리고 중독성
인생 드라마를 꼽자면, 박해경 작가가 집필한 <나의 아저씨>다. 현실 속 어두운 이면을 담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희망찬. 사소하고 작은 포인트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그런 잔잔한 울림이 좋다.
드라마
나는 드라마 헤비유저다.
어릴 적부터 드라마를 참 좋아했다.
판타지보다는 현실 속 소재를 다루는,
해외보단 국내를 배경으로 한 피부에 직접 와닿는 이야기가 좋다.
특히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의 상황마다 마주하는
극적인 요소, 드라마틱한 순간이 참 좋다.
누군가는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법한 그 극적인 순간이
오히려 판타지적이고 허구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그 순간마저도 우리의 인생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엔 모두 드라마가 있다.
체력은 물론 영혼과 마음까지 탈탈 털려 무기력하게 앉아있던 퇴근길,
버스기사님이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노래 한 곡을 틀어줬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잔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고요한 버스 속, 밝게 울려 퍼지는 노래 가사가
마치 "오늘 많이 힘들었지?"하고 나의 기분과 처지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별 것 아닌 장치에도 나의 고난과 역경은 드라마틱하게 해소됐다.
그 외에도 출근길 빨간 신호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날,
내 발걸음에 맞춰 가로등 불이 하나둘씩 켜진 신기한 날,
원하는 무언가가 이루어진 날,
이상하게 모든 게 완벽했던 운수 좋은 날까지도.
우연이 만들어낸 지극히 극적인 순간들.
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드라마틱한 순간을 경험했다.
중독성
드라마틱한 요소는 인간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
고난과 역경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상황이 더 극적으로 치닫을수록,
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될 것이다.
해소 욕구엔 항상 중독성이 뒤따른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위기와 그것이 해결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이 아주 자연스럽게 극적인 반전과 드라마틱한 요소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살아간다.
달콤한 그 한순간을 끊을 수 없어서.
지금 불행하더라도 언젠가는 달콤한 순간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거라는 아주 작은 희망을 안고.
우리는 모두 드라마틱한 인생에 중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