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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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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Jun 06. 2022

삼,십대 ep.22

바다 그리고 인생


긴 연휴를 맞아 급히 바다로 떠났다. 꼭두새벽부터 250km를 달려 도착한 강릉 앞바다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네 인생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멍


출근하는 날은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하늘이 맑더니, 

꼭 쉬는 날이면 비가 온다. 


날씨도 미처 체크하지 못하고 무작정 떠난 당일치기 여행. 

도착해보니 바다는 몹시 화가 난 상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파도와 싸늘한 바닷바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울적한 하늘. 

그 앞에 자리를 잡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생각이 많아졌다.


날씨가 흐려 하늘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이 너무도 선명했다. 


'저 바다의 끝은 어딜까? 아니 끝이 있긴 할까?'


끝이 있긴 할까. 

문득 며칠 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요 며칠 인생이 답답했다. 

사회적, 경제적 노예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삶에 끝이 있긴 할까? 

나는 죽기 전까지 쳇바퀴 돌듯 살아가겠지.


다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그 끝이 너무도 까마득해서 숨이 턱 막혔다.




인생, 나의 바다


어느 날은 미동도 없이 고요하고 잔잔하다가, 

매서운 시련이 불어올 땐 거센 파도와 함께 인생 전체가 요동친다.


파도 하나를 힘겹게 뛰어넘고, 또 뛰어넘고. 

그러다 휩쓸려 다시 한참을 밀려나고. 

안간힘을 다해 뛰어넘고 나면 아주 잠깐 평온한 바다를 마주하겠지.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나아가다보면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출처모를 태풍과 쓰나미를 만나 

또 한 번 나의 바다가 어지럽혀지겠지.


어릴 적 나에게 바다는 그저 즐거움 그 자체였는데, 

자랄수록 어느새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까지 나오게 되었다. 

발도 닿지 않고 끝도 모르겠는 망망대해. 

나는 어디로 가야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물에 빠졌을 때,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몸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럴 때 오히려 바다를 믿고 온몸에 힘을 빼면 물에 뜰 수 있다.


몸에 힘을 빼면 된다. 긴장해 온몸에 힘을 주며 세상에 맞서지 않아도 된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놓고 몸에 힘을 빼고. 

몰아치는 파도에도 두려워하지 말고 나의 바다를 믿어보자.


오늘은 바다에게 인생을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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