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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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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Jun 06. 2022

삼,십대 ep.23

강변북로 그리고 내부순환로

여행지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 집으로 향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강변북로를 타거나 내부순환로를 타거나.



강변북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빌딩 숲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해진다. 

집에 돌아온 편안한 기분이 든다. 

이럴 때 난 천상 서울 사람이구나 느낀다.


강변북로를 타고 가는 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창문 너머 보이는 멋진 야경과 불을 밝힌 한강변의 집들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서울 밤의 화려한 풍광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 부정적인 생각 하나가 자리 잡는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렇게 집이 많은데 왜 내 명의로 된 집은 없을까. 

나는 이런 집에 언제 살 수 있을까. 

아니 살 수는 있을까?


말도 안 되게 치솟는 서울의 집값 때문인지, 

이젠 더 이상 강변북로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마냥 즐겁지 않다.




내부순환로


내부순환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강변북로와 달리 숨이 턱 막혔다. 

도로 위로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과 삭막한 풍경이 서울의 이면, 

아니 모른 체했던 막막한 서울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하지만 강변북로가 싫어진 요즘. 

내부순환로를 타고 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된다.


어른이 되면서, 

멋있는 것을 멋있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이 편협한 시선이 참 부끄럽다.


올해는 부디 강변북로 길을 순수하게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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