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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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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Oct 17. 2022

삼,십대 ep.25

엄마의 주체적인 삶 그리고 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가 참 멋져 보인다. 우리 엄마는 정말 못하는 게 없다. 이래서 엄마를 슈퍼우먼이라고 하나보다.



엄마의 주체적인 삶


엄마는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던 60년대에 태어났다. 

그 시절에는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손수 마련해야 했다. 

배우고 싶으면 개척해야 했고 필요한 게 있으면 창조해야 했다.


엄마는 엄마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 얻어왔다. 

고민하고 노력하고 끝내 얻어냈다.


그런 경험 덕분인지 

엄마는 ‘모든지 할 수 있어', '안 되는 게 어딨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체력만 있다면 모든 걸 잃어도, 

맨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주 강한 사람.


덕분의 나의 세상은, 

엄마가 만들어놓은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쉽게 가질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았다.




그리고 나


남 탓하길 좋아하는 나는 배은망덕하게도, 

나의 유연하지 못한 사고가 엄마가 만들어놓은 

풍요로운 시대의 전유물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하다못해 길가에 핀 꽃의 종류도 하나 알지 못하는 내가, 

샴푸가 눈에 들어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식in에 검색해보는 내가, 

스스로 너무 경멸스러웠을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1도 없던 

경직된 나의 사고가 경멸스러웠다.


나도 엄마같이 주체적인 어른이 되고 싶은데, 

뭐만 하면 쪼르르 엄마에게 전화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라고 

답을 미루는 바보 같은 어른은 되고 싶지 않은데.


이십 대 땐 부모의 영향력을 믿지 않았다. 

나는 마치 혼자 어른이 된 것 마냥, 자기애에 취해 살았다.


삼십대에 가까워질수록 부모님이 실로 어마어마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아이는 역시 부모를 보고 자라는구나. 나는 엄마를 존경해왔구나.


나는 나의 아이에게 그녀처럼 멋있는 어른이,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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