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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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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Oct 24. 2022

삼,십대 ep.26

참을 인 생

어릴 때 게임을 하면, 지는 게 싫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내 모습이 싫었다. 너무도 투명하게 드러나버려서. 내가 들고 있는 카드가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는 걸, 모두에게 들키고 싶진 않았다.



참을 인 생


성인이 되었을 무렵,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고 꾹 참으면 

누구에게도 들킬 리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는 것은 결코 분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감정과 말에 해당되는 것이다.


참는다는 행위는 어른이 될수록 빛을 발했다. 

결과적으로 참아서 손해 본 것은 없다.


가령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자리에서 굳이 첨언을 해서 동참하게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소식을 대신 전해 입이 가벼운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아도 되고, 

생각한답시고 한 어설픈 조언으로 친구관계가 서먹해지지 않을 수 있다.


내 생각이 맞다한들, 

상대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충분히 다를 수 있다.


분란의 소지가 있는 감정과 말은 꺼내어 보여주는 편보단  역시 넣어두는 편이 낫다. 

감정 표현이란 늘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늘 참으라는 것은 아니다.


아껴뒀다가 그것이 꼭 필요한 순간, 

가장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꺼내 쓰면 된다.


감정 표현을 아끼던 사람이 그것을 표현했을 때, 

오히려 그 말은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참으면 호구가 되는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도..

참으면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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