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인 생
어릴 때 게임을 하면, 지는 게 싫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내 모습이 싫었다. 너무도 투명하게 드러나버려서. 내가 들고 있는 카드가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는 걸, 모두에게 들키고 싶진 않았다.
참을 인 생
성인이 되었을 무렵,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고 꾹 참으면
누구에게도 들킬 리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는 것은 결코 분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감정과 말에 해당되는 것이다.
참는다는 행위는 어른이 될수록 빛을 발했다.
결과적으로 참아서 손해 본 것은 없다.
가령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자리에서 굳이 첨언을 해서 동참하게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소식을 대신 전해 입이 가벼운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아도 되고,
생각한답시고 한 어설픈 조언으로 친구관계가 서먹해지지 않을 수 있다.
내 생각이 맞다한들,
상대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충분히 다를 수 있다.
분란의 소지가 있는 감정과 말은 꺼내어 보여주는 편보단 역시 넣어두는 편이 낫다.
감정 표현이란 늘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늘 참으라는 것은 아니다.
아껴뒀다가 그것이 꼭 필요한 순간,
가장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꺼내 쓰면 된다.
감정 표현을 아끼던 사람이 그것을 표현했을 때,
오히려 그 말은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참으면 호구가 되는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도..
참으면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