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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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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Apr 02. 2022

삼,십대 ep.20

나약함 그리고 고약함


일 년 일 년 지날수록 나의 나약함과 고약함은   진해지는 걸까. 어느 날부터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한 뒤로 점점 더 짙어지는 팔자주름처럼.




나약함


나이는 서른이지만, 나의 자아는 아직 미성년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 아직도 너무 힘들다.


그럴 때면 저기 구석에 쭈그러져있는 고장 난 선풍기같이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약하다. 약한 부분이 아주 많다.

그리고 그 사실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


그렇게 겉으로는 받아들인 척, 이겨낸 척, 어른인 척 하지만

마음속 한편엔 힘든 일이 생기면 발 빼고 도망부터 가고 싶은 어린애가 살고 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도통 늘지가 않는다.




고약함


불같은 성격 탓에 상대의 마음을 많이도 태웠다.

작은 불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굳이 찾아내 큰 불로 키우는

이 고약한 성질머리 때문에 인생이 너무도 피곤하다.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저런 고약한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걸까.


나도 태어났을 때부터 이렇게 고약했던 건 아니다.


자라면서 실수로 넘어지게 되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군데군데 상처가 생겼고,

제때 치료하지 못한 상처가 서서히 썩어 문들어졌고,

그러다 보니 몸속 깊이 고약함이 베어버렸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 피치 못하게 고약한 부분이 생긴다.


짜내고 짜내도 고름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건드려 터트리지 말고 못 본 척 덮어놓고 잠깐 잊어보는 건 어떨까.


쉽진 않겠지만 혹시 아나?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밀어뒀다가 

나중에 꺼내보면 말끔하게 사라져 있을지도.


아주 가끔은 잊는 게 약. 시간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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