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열타자기 Sep 28. 2017

노력과 긍정 뒤에 감춰진 모순

불합리함에 대한 문제제기도 노력 부족? 신세한탄?



최근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정리했더니 설익은 인사이트, 좋아요에 목마른 인스턴트 글과 콘텐츠들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분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볼 수 있어 좋네요. 실력과 노력으로 바닥부터 일궈낸 분들의 말씀이니 하나하나 곱씹어 새겨들을 말입니다.      


이 분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아무리 어렵고 불합리한 경우라도 상황 탓, 환경 탓만 하지 말고 더 노력하라는 것인데요. 이 말에 틀림없이 동의합니다만 저와 이견이 있는 지점은 바로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문제제기의 여부입니다. 성공을 위한 긍정의 미덕은 아무리 불합리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에 대한 생각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이를 초월해가는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 조차도 노력 부족, 신세한탄으로만 치부하는 모습들을 보며 노력과 긍정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모순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자신이 영향력 있는 위치가 되었음에도 모순과 불합리에 대한 언급과 문제제기를 단순히 나약한 신세한탄 정도로 치부한다면 그 자신 또한 그것들의 일부가 될 뿐이라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상황을 인식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해가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미생들에게 단순히 ‘상황 탓만 하지 마라’ ‘모든 것이 네 부족함 때문이다’ 식의 조언은 마치 군대에서 불합리한 이등병 시절을 보낸 후 병장이 됐을 때 올챙이 시절 악 폐습은 잊어버린 채 ‘너도 병장이 되면 편해질 거야.’라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여기에 해당되겠네요.)    


‘너도 닥치고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면 이런 일 겪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하소연하고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며 바꿔야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모두가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식 아닐까요. (물론 현실을 초월한 개인의 노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경영의 신이자 열정과 노력의 화신 이나모리 가즈오도 자신의 책 <왜 사업하는가>에서 원리원칙에 비추어 이상한 것은 역시 이상한 것이라 자신하고 이런 모순부터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 않습니까.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구루 분들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조차도 노력 부족, 신세한탄으로만 치부하는 모습들을 보며 노력과 긍정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모순을 보게 되었을 뿐입니다.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생태계의 대한 모순을 바꾸려는 노력과 인식은 부족한 것 같아 길게 적어보았습니다.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여러 경로로 아낌없이 전수해주시는 진짜 구루님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최창규 (THINK TANK Contents Director & Founder) : https://www.facebook.com/cckculture

THINK TANK Contents : http://thinktankcc.co.kr/  

매거진의 이전글 사업 3년 차의 진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