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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쥬 Sep 03. 2018

UCLA 신경정신과 입원 2, 3일차

치료제의 작용-부작용 줄다리기

 평일엔 6-8pm이 면회 시간인데 주말과 공휴일에는 2-4pm 시간대가 추가된다. 짝꿍의 엄마와 첫째 여동생 부부와 함께 2-4pm 시간대에 가기로 했다.


 짝꿍의 차가 스틱이고 운전 자체가 서툰 나는 발이 묶인 상태라, 둘째 여동생 부부네에 머물고 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우리를 위해 좀더 수고해 주고 있다. 오전 내내 짝꿍의 엄마는 요청한 물품들을 구매하느라 여기저기 다니신 모양이다. 둘째 여동생이 운전해 짝꿍의 엄마와 만나 병원으로 향했다.


 토요일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했다. 간호사의 안내로 병실 문이 열린다. 이번에는 평상복 차림의 짝꿍, 어쩐지 어제보다 얼굴이 좋지 않다. 두통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간밤에 잠도 잘 자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어제는 생기가 돌았는데 또다시 어둡다.


 미국은 Labor day weekend라 토일월까지 휴일인 참이다. 때문에 데이타임 의사들이 다 휴가다. Prozac(프로작)을 제공 받고,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것 위주로 이뤄진다. 두통이 너무 심해 4시간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다고 했다. 짝꿍 가족들은 타이레놀 말고 이부프로펜이 더 잘 듣지 않느냐고 한다. 매우 처져 보이는 짝꿍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당황스러웠다. 어제만큼 대화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어딘지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마침 첫째 여동생 부부가 보드게임을 가져온 것이 있어 제안했다. 꽤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짝꿍도 여전히 두통이 있다고 했지만 조금씩 나아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거의 4 라운드를 진행할 즈음, 간호사가 문을 열고, 미안한데 너네 원래 면회 마감시간이 4시인데 그것보다 1시간도 더 있었다고 말해준다. 병실에 시계가 없어 방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사실 중간에 시간 확인을 하긴 했지만 나가라고 할 때까지 있어보자 한 참이었다. 정리를 하고, 인사를 하고 나오니 5시 15분이다. 다음 면회가 6-8시인 것을 감안하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 셈이다.


 다들 두 사람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6-8시 시간대에는 둘째 여동생 부부가 좀 늦게 오겠다고 했다. 나는 6시 땡 하고 짝꿍을 보러 다시 갔다. 여전히 두통이 심하다는 그. 치료제 부작용이 다시 강해지거나 돌아온다 느껴서인지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사람마다 우울증 치료제 부작용이 심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약들 중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나가는 초반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들 한다. 복용 첫 주, 또 약효가 나타나기 전에는, 보통 평소보다 더 좋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도 알려져 있다. 더구나 장기복용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효가 예전 같지 않게도 된다고 하니 혼란스러운 일이다.


 짝꿍은 특히 부작용에 엄청나게 예민한 경우라고 한다. 약만 제대로 듣는 것을 잘 찾아서 안정화 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사실 제1의 목표이기도 하다. 좁은 침대에 비집고 누워 이곳저곳 주물러 주고, 괜찮을 거라고,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걱정거리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우리가 해결할테니 일단 본인이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해 달라고 했다.


 정신병동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매일 보는 것이 과연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중간중간 마주치거나 말 섞게 된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해주는데, 12 monkeys에서 정신병동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좀더 시간이 흐른 뒤, 둘째 여동생 부부네가 왔다. 그래도 짝꿍이 좀더 가깝게 느끼는 둘째 여동생이라 그런지 훨씬 의욕적으로 대화하고 막판에는 조금 더 활기가 되살아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떠 침대 맡에 누워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다. 폭풍처럼 몰아친 며칠 동안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바쁘고 피곤해 딱히 생각이 들어설 여유조차 없었다. 짝꿍의 짐은 덜어줬지만 내게는 짐이 좀더 무거워진 게 사실이다.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짝꿍의 엄마, 둘째 여동생과 3일차 면회에 나섰다. 면회 뒤, 주차장에 세워둔 짝꿍의 픽업트럭을 옮길 계획도 함께 세웠다. 하루에 주차비가 꽤 쎄서 만 3일째니 이미 36달러를 내야 하기 때문에 더 세워 두기보단 어서 옮기는 게 낫다.


 추가로 부탁한 물건들을 사러 다니느라 약간 면회시간에 늦어, 공용 전화기에 미리 전화를 해 짝꿍을 찾아 좀 늦을거라 말해뒀다. 두통이 아직 있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3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다. 전화를 통해 들은 목소리가 영 아니어서 걱정이 되었다. 여전히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다행히 어제만큼 힘들어 보이는 모습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면제를 줘서 먹고 자고 있는데, 여전히 중간중간 깨어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수면제 때문인지 몽롱함이 가시질 않는다고도 했다. 두통도 계속해서 있는데 타이레놀 말고 다른 종류의 진통제를 줘서 먹었더니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 했다. 모니터링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래도 꼼꼼히 다 점검하는 모양이다. 약에 대한 반응, 바이탈, 식사를 어느 정도로 했는지도 기록한단다. 휴일이 끝나고 데이타임 의사들이 돌아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치료제에 대한 추가적인 결정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복용량이라든지 어쩌면 약 종류를 바꾸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Trazodone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들었고, 수면제 형식으로 Hydroxyzine을 줬다는데 어떤 약인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고 알아봐 달라고 한다.


 앞으로 짝꿍 대신 나와 짝꿍의 가족들이 해결할 몇 가지 내용들이 있어, 의견과 필요한 정보를 구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토픽들을 오가며 대화를 나눴다. 가끔 대화가 우울하게 흐르면, 이거 아니다, 하면서 주제 선정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여전히 주말이라 면회 시간을 엄격히 잡지 않아서, 짝꿍이 저녁 먹는 것을 보고, 차 옮길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며 오늘은 그래서 좀 미리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토닥토닥 다들 안아주며 조금 아쉽지만 밖으로 나오니 6시였다.


 내 발이 묶여 있어, 아무리 짝꿍 가족이라도, 신세를 지고 돌아다녀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또 내 자유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기도 쉽지가 않다. 짝꿍이랑 둘이 좀더 오래 봤으면도 싶다. 짝꿍 아버지 집에 두고 온 멍뭉이들도 걱정되고 보고싶다. 더구나 이런저런 대화 끝에 아무래도 저축해 둔 돈을 더 끌어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마음이 더 무겁다. 나름 한국에 묶어둔 저축을 학교 가는 데 쓰고 싶었는데, 그래서 일종의 심리적 방어선처럼 느껴져서 더더욱 그런 듯하다. 이미 많이 가져다 쓰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사람이 먼저 살아야지. 그런 심경이다.


 밤이 깊었고 무척 피곤한데 마음이 무겁고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잘 되겠지. 잘 되어야 하고. 힘을 더 낼 때인 것 같다. 지치지 말아야지. 다시 한 번 숨 고르기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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