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 GPT가 알려준 법률정보, 믿어도 될까요

- AI 시대, 실무자가 꼭 알아야 할 ‘법적 착각’의 위험

by 송송

chatGPT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민법 제106조는 표준약관에 대한 해석을 다루고 있습니다."라고요. 과연 그럴까요?


chatGPT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틀린 답을 당당하게 말할 때 기분이 확 상하는데요. 그럴 때는 지금까지 GPT가 말한 것 중에 무엇을 믿어야 할지 근본적인 불신이 싹트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GPT에 물어봤던 사례 중에서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 시대에 현업 실무자에게 꼭 필요한 법적 감각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저는 chatGPT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질문 : “계약서에 이러한 조건이 있는 경우 구매를 적극 고려한다는 조항이 있어. 만약에 이런 경우 조건이 충족됐는데도 구매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물론, 너는 대한민국 변호사야(페르소나 부여), think step by step 등등 프롬프트작성에 필요하다는 핵심도 빼놓지 않고 프롬프트에 첨부했습니다.)


chatGPT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계약서에 “~~~한 조건이 있는 경우 구매를 적극 고려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이것은 구매 의향을 나타내는 내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법적으로 구매 의무를 발생시키는지는 조항의 구체적인 문구와 계약의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연스러운 답변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제 다시 이어서 "불명확한 조항을 작성 후에도 원하는주장을 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습니다.


질문 : "일부러 우리한테 유리하게 주장할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 문구를 불명확하게 작성할 때가 있어 이런 경우 우리 의도대로 주장할 수 있을까"


chatGPT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

"계약서에서 의도적으로 불명확한 문구를 작성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 전략은 현실에서 종종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적 관점에서 이 방법이 항상 유효하지는 않으며, 몇 가지 중요한 법적 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계약의 해석 원칙:
대한민국 법률에서는 계약의 해석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있습니다. 계약의 해석은 문구의 명확한 의미뿐만 아니라 계약의 전체적인 취지와 당사자들의 의도를 함께 고려합니다. 만약 문구가 불명확할 경우, 법원은 선의에 따라 해석하거나 계약 당시의 당사자들의 의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불명확한 문구에 대한 불리한 해석:
대한민국 민법 제106조에 따르면, 표준약관과 같은 계약에서 불명확한 부분은 계약을 작성한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만약 불명확한 문구가 상대방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의도로 작성되었고,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해당 문구는 작성자의 의도와 달리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를 “작성자 불리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계약의 신의성실 원칙: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신의성실 원칙(신의칙, 민법 제2조)을 준수해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불리하거나 자신에게만 유리한 방식으로 계약을 불명확하게 작성하고 이를 악용하려는 것이 드러난다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작성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거나 계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 여부:
문구가 불명확한 경우, 상대방이 그 해석을 문제 삼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명확한 문구로 인해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가 손상되거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계약 조건을 명확히 조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GPT의 대답은 아주 그럴듯하기 때문에, 어느 곳이 틀렸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작성자 불리의 원칙이 뭐야? 저는 이게 궁금했습니다.


질문 : "작성자 불리의 원칙이라는 건 처음 들어봐. 관련된 한국 민법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해줘"


chatGPT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작성자 불리의 원칙"은 주로 계약서나 약관의 작성자가 불명확한 문구를 작성했을 때, 그 문구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된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이 원칙은 한국 민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민법의 해석 및 판례에서 인정되는 원칙 중 하나입니다. 주로 표준약관의 해석과 관련된 분쟁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1. 민법 제106조 (표준약관의 해석)

대한민국 민법 제106조는 표준약관에 대한 해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계약의 문구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그 문구는 작성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원칙을 암시합니다. 이는 특히 불명확하게 작성된 계약 조항이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 법원은 작성자에게 불리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106조: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사용한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서나 약관을 작성한 측이 문구를 애매하게 작성한 경우, 그 해석에 있어 불명확한 부분은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원칙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럴듯하게 설명하지만, GPT의 답은 틀렸습니다. 진짜 민법 106조는 이것입니다.


제106조(사실인 관습)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


GPT가 너무 당당해서 눈치채지 못하셨을 할루시네이션입니다. 이런 할루시네이션이 법률분야에서는 자주 일어납니다.

GPT가 답변하면서 인용한 법률 조항이 한국법에 존재하지 않는 조항이거나, 때로는 근거로 드는 판례를 없는 판례를 만들어내거나, 외국 법 체계의 일반적인 논리를 한국 민법처럼 ‘말투만 바꿔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법을 잘 모르면, 오히려 GPT의 답이 더 위험한 이유


GPT는 매우 유능한 도구입니다. 질문에 빠르게 답하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정리해 주는 능력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법률 분야에서 GPT는 '정답 생성기'라기보다는, 때로는 '혼란 유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GPT가 주는 그럴듯한 설명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GPT가 단정적으로 말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문장 구조는 자연스럽고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현행 법령과 전혀 다른 내용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민법 제431조에 따르면…”이라는 GPT의 답변을 보고 안심할 수도 있지만, 막상 확인해 보면 그 조항은 한국법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국 법 체계를 한국 법처럼 설명하기도 합니다. 또, 문제의 핵심을 건너뛰는 답을 주기도 합니다. 그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실무자는 어떻게 GPT를 써야 할까요?


GPT를 전혀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기대하고 질문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GPT는 법률 개념이나 용어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데는 매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과 위약벌의 차이를 정리해달라거나, 계약 관련 용어를 정리할 때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법무팀에 문의하기 전, 내가 겪은 상황을 정리하거나 문제를 요약할 때 GPT를 활용하면 훨씬 간결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거 위법인가요?",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나요?" 같은 판단을 GPT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GPT는 책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민법 조항까지 나왔으니 확실한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했다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조항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실무자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법을 잘 모르는 실무자일수록, GPT가 제시하는 정보가 정확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때, GPT의 말 한마디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법무팀이나 전문가와 마지막 검토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실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리걸 감각’입니다.





(GPT로 배경 이미지를 만들며 한글을 넣으면 글자가 깨져서 잘 넣지 않는데, 그래도 이번 배경은 한글의 위대함으로 대충 읽을 수 있어서 배경으로 첨부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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