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서 작성 실무자가 챙겨야 할 포인트
“계약서 초안은 어느 쪽에서 써야 하나요?”, "상대방이 써온 계약서인데, 이걸로 체결해도 되나요?"
실무 현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누가 써야 한다’는 절대적인 원칙은 없습니다. 실무에서 관행에 따라서, 또는 협상력과 계약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온 쪽에서 초안을 먼저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매 계약이라면 구매를 자주 하는 구매처에서, 공급 계약이라면 자사 양식에 익숙한 판매자가 초안을 가져오는 식이지요. 우리가 핸드폰 개통을 하러 가면 대리점에서 미리 준비된 가입 계약서를 제시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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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쓴다고 유리한 건 아니에요
다만, 초안을 먼저 썼다고 해서 반드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무엇을 담았느냐’입니다. 상대방이 초안을 주었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권리·의무의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면, 수정 협상을 통해 조율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많은 경우, 상대방이 너무 간단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은 양식을 제시한다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조항을 다 추가해야 합니다. 이 경우엔 실질적으로 ‘우리가 새로 작성하는 것’과 다름없게 되지요.
따라서 초안의 주도권은 ‘누가 먼저 썼는가’보다 ‘누가 핵심 구조를 설계하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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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는 '제목'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가끔은 계약서 제목만 보고 “아, 이건 그냥 단순 NDA네”라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제목은 ‘업무협약서’인데 실제로는 특정 성과를 보장하거나 독점권을 설정해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계약서에는 자기들의 권리는 조목조목 길게 나열되어 있는데, 우리 쪽의 권리는 거의 없고 의무만 과도하게 기재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당연히 상대방과 싸워서라도 수정해야 합니다. 우리 권리를 보장하고, 권리와 의무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계약 검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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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 법무팀, 외부 파트너의 역할 구분하기
계약서 초안 작성은 단순히 문서 작업이 아니라 ‘전략 설계’입니다. 이 전략은 계약 목적, 사업 구조, 리스크 요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역할 구분도 그에 맞춰 정리되어야 합니다.
실무자는 사업의 흐름과 협상 맥락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조건이 중요한지, 상대방과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초안을 준비할 때 ‘핵심 조건 요약’과 ‘사업 배경 설명’ 부분을 잘 정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 계약의 경우에는 실무자가 기존 양식을 변형해 초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법무팀은 계약의 법적 구조와 리스크를 총괄적으로 설계합니다. 실무자가 놓치기 쉬운 표현상의 문제, 해석상 모호성, 규제 위반 가능성 등을 점검하며, 실제 분쟁 시 계약서가 어떤 증거로 작용할지를 고려하여 문장을 다듬습니다. 법무는 단순히 틀린 것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고 우리 입장을 명확히 만드는 일’을 합니다. 특히 전략적 계약이나 고위험 거래일수록 법무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외부 파트너(로펌, 전문 변호사)는 기업 내부 리소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도나 전문성이 요구될 때, 또는 해외 계약, 신사업 분야 등 생소한 영역에서 활용됩니다. 외부 전문가가 들어올 경우에는 실무자와 법무팀 모두가 함께 ‘브리핑’을 잘 해야 합니다. 외부 전문가도 내부 맥락을 모르면 최적의 문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작성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빠뜨리지 않고 담았는가’입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협업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은 계약을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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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쓰는 건, 결국 우리 의사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계약서 초안은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우리의 기대, 요구사항, 그리고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누가 먼저 쓰든, 결국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잘 반영된 계약서’ 를 만들어서 체결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초안을 만들 일이 생긴다면, ‘제목’이나 ‘양식’보다 먼저 내용의 구조, 권리·의무의 균형, 그리고 우리 조직의 목적이 잘 녹아 있는지를 살펴보시시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초안을 먼저 받는 것보다, 처음부터 우리가 설계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계약서에서 중요한 것은 ‘선점’이 아니라 ‘설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