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법무팀에 혼나지 않고 묻는 법

- 명확하게 답을 얻는 실무자의 3가지 전략

by 송송


“법무팀에 물어보면… 혼날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요.”
“법률 검토를 부탁했는데, 웬 장문의 보고서가 왔어요. 다시 물어봐도 될까요?”

실무자들 사이에서 종종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법무팀은 혼내려는 의도가 없었을 텐데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그 배경에는 서로 다른 언어의 목적, 즉 지난 편에서 이야기했던 ‘법무의 문장’과 ‘현업의 언어’ 간의 간극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실무자가 법무팀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혼나지 않고 필요한 답을 잘 얻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질문의 목적을 먼저 알려주세요 - 맥락이 없는 요청은 오해를 부릅니다


“이 계약서 검토 좀 부탁드려요.” 실무자 입장에서야 너무나 자연스러운 요청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무팀 입장에서는 이 요청 문장 하나만으로는 어떤 검토가 필요한지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계약의 목적은 무엇인지, 지금 이 버전은 초안인지 협의가 끝난 본문인지, 내부 승인을 거쳤는지 여부도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실무자가 법무팀에 어떤 관점에서의 검토를 바라는 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법무팀은 되묻게 됩니다. “이 계약서, 어떤 용도인가요?”, “상대방과는 이미 조율된 건가요?”, “검토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이런 되묻기 자체가 부담이 되진 않지만, 법무팀과 현업과 사소한 오해가 시작되는 건 이 지점부터입니다. 실무자는 ‘왜 이렇게 따지지?’라고 느끼고, 법무팀은 ‘왜 아무 맥락 없이 문서만 던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법무팀의 효율적인 검토는 요청의 ‘현재상태’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되고, 요청의 목적과 기대하는 수준이 명확할수록 리스크의 구체적인 지점까지도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문서를 보낼 때는 최소한 세 가지를 함께 전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1) 배경(왜 이 계약을 하는지), 2) 현재상태(이 버전이 초안인지 협의본인지, 누가 작성한 버전인지), 3) 목적(법무팀에 어떤 관점의 검토를 기대하는지).


단지 이 세 문장만으로도, 검토 요청은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에서 공동의 문제 해결 요청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습니다.



법무팀의 회피형 답변엔, 정확히 되물어도 됩니다 -확답을 요구하기보다, 해석을 요청해 보세요


법무팀의 회신은 종종 애매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법적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이러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가능하지만, 해석상 다툼의 여지도 있습니다.” 이런 문장들을 받아든 실무자들이 공통적으로, “그래서 하라는 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정작 실무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실제로 이걸 진행해도 되는가’인데, 답변은 마치 의도적으로 확답을 피하는 듯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법무팀이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법률적 해석의 한계와 리스크의 복합성을 고려한 결과물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말들’이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되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되묻기는 결코 무례하거나 무지의 표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현명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예를 들어, “이 정도 리스크라면, 사업부가 감수 가능한 수준인지 판단하려면 어떤 요소를 더 봐야 할까요?”, 혹은 “실제 유사 사례에서 판례는 어떤 식으로 판단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은, 법무팀 입장에서도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끌고 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해석이 애매할 때 그 해석을 법무팀이 ‘결정’하게 만들기보다는, ‘정확히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질문의 성격이 판단의 전가가 아니라 해석을 풀이해 달라는 것이라면, 법무팀은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답정너 질문은 위험합니다. -열린 질문이 협업을 이끕니다


법무팀을 혼란스럽게 하는 질문 유형 중 하나는 이른바 ‘답정너’ 방식입니다.

“이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다른 부서도 다 이렇게 하던데요?”와 같은 말들은 이미 실무자가 마음속에 결론을 내려놓고, 단순히 법무팀의 동의를 얻고자 하는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법무팀의 사고 구조를 닫아버리고, 오히려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로 흐름을 틀게 만듭니다. 법무팀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찾고, 그 리스크가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를 분석하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미 정답을 정해두고 질문을 던지면, 법무팀도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없을 경우, 전체 검토가 방어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럴 땐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전에는 이렇게 진행했지만, 이번엔 구조가 조금 달라서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 쪽 시각에서는 문제없어 보이는데, 혹시 법적으로는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열어두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법무팀은 정답을 요구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지만, 함께 판단을 설계해 가는 데에는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법무팀과의 협업의 출발점은 바로 열린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팀과 실무자의 대화에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법무팀과 실무자 사이의 거리감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지만, 그 간극을 좁히는 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식 하나, 문장을 여는 어투 하나, 판단을 요청하는 태도 하나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질문의 맥락을 함께 제공하고, 모호한 답변에는 정확히 되묻고, 결론이 아닌 고민을 함께 나누는 질문을 던지는 것. 이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실무자와 법무팀 사이의 신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입니다.


법무팀은 실무자의 결정을 대신 내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더 안전하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무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기를 어떻게 요청하느냐는, 결국 실무자의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에 법무팀에 이메일을 보낼 일이 있다면, 오늘 이야기한 이 세 가지 전략을 한 번쯤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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