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 내용증명을 받았을때 가장 먼저 할일은

– 대응을 잘못하면 계약보다 더 큰 문제가 된다

by 송송
법무법인에서 보낸 편지 한 통,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무법인에서 온 '내용증명' 이라니 제목만으로도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법무법인 OOO 만 들어도 뭔가 일이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순간적으로 막막해집니다.


하지만 내용증명은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상대방이 공식적인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일종의 포문(砲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시점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조용히 정리할 수도 있게 되니, 회사에서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이번 편을 한번 읽어보시고 대응하시면 좋겠습니다.



내용증명이란 무엇인가요?


내용증명은 쉽게 말해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의 주장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입니다. 주로 계약 분쟁이나 채무 독촉, 권리 침해 중단 요청 등 분쟁의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서 활용됩니다. 일반 우편과 달리, 내용증명은 발신자와 수신인, 문서의 내용과 발송 날짜가 모두 기록에 남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용증명은 반송되지 않는 이상 도달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상대방이 해당 내용을 인식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상표권 침해나 손해배상과 같이, 법적 책임의 시작 시점을 따질 때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용증명에 담긴 내용이 ‘법적으로 옳다’거나, ‘우리가 잘못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용증명이 증명하는 것은 단지 “이런 주장을 이렇게 전달했다”는 사실일 뿐입니다. 상대방이 주장한 내용을 우리가 받아들이거나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지도 않습니다.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책임이 확정되는 것도 아닌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가 당황한 나머지 섣불리 답변을 하거나, 반대로 아무 조치 없이 묵혀두면 오히려 문제가 꼬이기 쉽습니다.



실무자가 섣불리 답장하면 더 위험합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내용증명에 기재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이런 점은 인정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와 같이 무심코 회신하는 경우입니다. 실무자의 답변은 곧 회사의 입장이 되고, 그 내용은 향후 법적 분쟁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단순히 “검토 중입니다”라는 표현도, 그 자체로 대응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의 행동 가이드


내용증명을 받은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법무팀에 스캔본을 전달하고, 발신인·수신인·회신기한 등의 주요 정보를 간략히 정리해서 전달하면 더욱 좋습니다.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팀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회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자칫 잘못하면 입장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무팀은 해당 내용증명이 단순 경고인지, 협박성 주장인지, 법적 근거가 있는 주장을 담은 것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회신 여부와 내용을 결정하게 됩니다. 때로는 아예 회신하지 않는 것이 전략일 수 있고, 때로는 간단한 확인만으로도 불필요한 분쟁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위험 신호’가 아니라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


내용증명은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다는 시그널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위험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시그널을 무시하거나, 잘못 대응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실무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하게 전달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회신은 반드시 법무팀과 논의한 후 결정하고, 그때까지는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삼가야 합니다.

특히, 근거가 불분명한 협박성 내용증명, 예컨대 상용 폰트 무단 사용을 주장하며 정액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처럼, 회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맞는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팀과 함께 대응 수위를 설계하기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내용이든 일단 ‘공식적인 통보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우리가 침착하게 대응할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실무자는 혼자 판단하거나 움직이기보다, 법무팀과 함께 전략을 짜고 대응 수위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회사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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