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주워들은 말

대학생활, 자유에 대한 책임의 무게

by 산토리니

글 첫머리에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4주 만에 일정이 펑크 날 위기에 놓였다. 조금의 비루한 핑계를 대어보자면 이번 주에 드디어 근무지로 첫 출근을 하게 되어서. 발행을 미루자니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기 싫고, 그렇다고 후다닥 쓰기에는 처음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학식 관련해서 쓰려고 했던 4번째 글을 미루고, 대학 생활하면서 가슴에 품고 살았던 이야기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벌써 쉬어가는 코너를 꺼내 들어 버려서 늘 찾아와서 읽고 피드백 남겨주는 나름의 애독자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지금 소개하려는 말들은 대부분 출처도 모르고 그야말로 '주워들은' 이야기들이다. 어디 대단한 사람이 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생활의 방향성을 정해주었던 소중한 말들이라 풀어내 본다.


대학교는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다.


복학을 하고 들은 말 중에 가장 오래 영향을 미친, 항상 생활신조처럼 정신 밑바닥에 깔고 살았던 말이다. 어느 대학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대학생활을 잘 담을 수 있는 구절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폭넓은 경험을 강조하시며 이 이야기는 '그래서 자유 이용권 끊어놓고 놀이기구 하나도 안 타고 나올 거야?'라는 말씀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로, 적어도 남들이 놀이기구를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구경만 하다가 부러워하며 나오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것 같다.


20151225_200623.jpg 놀이공원 하니 그냥 크리스마스에 친구들하고 밥 먹으러 간 사진이 생각나서 덧붙여봤다.


사람은 누구나 착하다.


성선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꺼낸 구절이다. 특히 많은 후배들을 만나면서 세대 특성상, 남에게 간섭하는 경향이 적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 잔꾀가 많아 보이거나 이기적인 아이들은 있었어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거나 심각하게 못된 학생들은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인복이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만난 이들은 대체로 착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특유의 행동 특성들이 자잘한 생채기를 많이 남겼고, 인간대 인간으로의 관계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애는 착한데'라는 말로 가까이해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적당히.' 다시금 참 어려운 말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더더욱.


별 것 아니다.


지나고 보면 대부분 별 것 아닌 일이 많다. 당장 너무 괴롭고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문제라도 어느 순간 기억도 나지 않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 있다. 작년에 특히 생각해보면 당장 해결해야 할 것만 같아서 날 세우고 갈등을 겪었던 일들이 많았다. 동아리라는 작은 조직에서부터, 대외기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까지. 그렇지만 상황이 기억날 뿐 그때의 감정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

물론, 결과론적인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헬멧을 안 쓰고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학생을 혼내면서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꼭 뭐라 하면 이제껏 안 쓰고 다녀도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지금까지 무슨 일이 한 번이라도 생겼으면 그런 소리도 못하고 멀리 갔을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문제들이 '지나고 별 것 아닌 일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는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가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쉽게 '그거 별 일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이 실례가 아닌가 싶다. 지나기 전에는 어느 정도의 크긴지 모르니까.


20160413_135054.jpg 아무 연관 없는 사진, 그냥 덧없다는 말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리고 이야기 하나

작년 초에 듣고 조금 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라 생각했던 이야기이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풀어보면, 한 유명한 성인에게 기자가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냐고. 성인이 대답하기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의 말은 그냥 대강 수긍하고 치우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자가 듣고 '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그러자 성인 왈 '당신 말이 맞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반박 시 네 말이 맞음'이라는 꼬리말을 많이 본다. 이미 대학교를 어느 정도 다닌 나이가 되면 본인이 가진 생각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본인 생각이 있음에도 남의 의견에 대해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상대가 본인의 의도대로 움직여주기를 내심 바라기도 한다. 그럴수록 남의 의견에 동요하지 않고, 스스로의 주관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말 어렵다. 남의 생각을 수긍하되, 남의 의견에 동요하지 않고, 본인이 판단하면서도 상대가 본인 의도대로 움직이기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그래서, 답은 이미 안에 있다. "Do the Next Right Thing!"


여러 가지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내 삶을 움직이는 수많은 말 중 일부였을 뿐이고, 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말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20대에 접어들면서 본인만의 '패턴'이 있기 마련이다. 본인의 배경 환경에 의해 행동이 결정되고,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 시기. 그런 점이 10대와는 극명하게 다른 점이라 정신력이 아주 강하거나 별 생각이 없었더라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이지만, 대부분은 크고 작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도 없이 들었던 '좋은 말들'이 있다. 그 속에서 분명히 본인만의 가치를 만들었을 것이고, 그다음의 행동을 진작에 그렸지만 다음 행동을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버겁거나 겁이 나서, 힘을 잃어서, 반복되는 실패가 떠올라서, 처음이라서, 그리고 글을 쓰는 내가 알기에는 너무 심오한 다른 이유들로 인해서.


사실 비단 20대 초반 대학생만의 문제일까 싶다. 모든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통과 의례'로 경험하고 있을 상황들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화학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인생에서 모든 것이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가 있다. 그 변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어 기억하고 산다면 다른 시야를 가지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보기를 바란다."라고 하셨다. 두 교시쯤 뒤에 생명과학 선생님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빼고는 모두가 변하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말장난스럽긴 하지만 너무 쉽게 답을 찾은 상황이라 재미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입학이라는 변화된 상황 속에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마다 살을 덜 붙여서 비약이 꽤 있는 것 같다. 완전히 내 의도대로 읽히는 예쁜 글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변화라는 도전 과제 속에서'와 같은 말로 거창하게 시작하는 잘 다듬어지고 고급스러운 응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이 글을 통해서 만난 나의 독자들이 지금 맞닥뜨린 각자의 상황 속에서 주저하거나 기죽지 말고 함께 파이팅하자는 다소 투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정말 그저 그냥 그러고 싶었다.


[글 쓰면서 들은 노래] -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작년 이맘때 주로 들은 노래들이다.

High - 5 Seconds of Summer

운전만해 - 브레이브걸스

화 - (여자)아이들

Waiting for Love - Avicii

Lullaby - Arco

Youngblood - 5 Seconds of Summer

The Next Right Thing - Kristen Bell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반쪽짜리만 이행한 약속에 대해 심심찮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회사 생활도 열심히 적응해서, 다시 대학 '생활'을 잔뜩 담은 글들로 찾아뵙기를 스스로 다짐해본다. 부디. 그리고 만에 하나 이 글의 반응이 좋으면 종종 생각을 풀어내는 장을 만들어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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