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12

조직개편의 또 다른 피해자

by 셋째딸

조직개편의 또 다른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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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서 점심 먹고 들어가는 길.

두 회사원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한 사람이 지방 발령을 받았던가 보다.


"그래서 언제 가는데?"

"다음 주에 가래요. 저 후계자 교육시키나 봐요. 자꾸 여기저기로 보내네."


'지방 발령'을 '후계자 교육'이라 이야기하면서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그 회사원을 보며

남일 같지 않아 나 또한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조직 개편이 잦은 편이었다.

나중에는 '언제쯤 개편되겠다, 누가 어디로 가겠다' 감이 오는 경지에 다다라

돗자리 펴라는 얘기까지 듣게 되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조직 개편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만 괴로울 뿐.

'지방 발령'을 '후계자 교육'으로 승화시킨 그 회사원처럼,

나도 조직 개편을 어느 정도 즐기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변화의 계기, 새로운 일을 배우는 기회로 삼자! 뭐 이렇게.


물론 정말로 힘든 조직 개편도 한 번 있었다.

더는 못 참고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마침 그때 또 한 번의 조직 개편이 일어나

위기를 넘겼다나 뭐라나.


그때 만난 야쿠르트 아줌마.

"뭔 놈의 회사가 이렇게 자리를 자주 바꿔요?"

짜증스럽게 말하는 아줌마에게

"제 말이요."

대답하면서 묘한 위안을 얻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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