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옆자리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어쩌다가 엿듣게 되었다.
대화 내용은 같은 사무실 여자 후배 두 명에 대한 그들 나름의 분석(?).
들어보니 한 명은 착하고 유순한 타입이고,
다른 한 명은 그 반대인 듯했는데...
착한 후배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놓는 것이었다.
여중여고를 나와서 잘 아는데 그 아이는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본인만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여중여고를 나와 잘 알아서 그러는데,
못된 아이는 못된 게 아니라 못된 척하는 거라나?
한 명은 착한데 착한 척, 한 명은 못됐는데 못된 척?
도대체 뭔 말이지 싶으면서도 한 가지 분명하게 드는 생각은
지금 이 대화, 그 착한 척한다는 후배가 들으면
엄청나게 허탈하겠다는 사실.
착한 척한다는 아이가 정말로 착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으리란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열심히 챙긴다든지,
좋은 것을 양보한다든지,
분위기 어색해질까 봐 쉽게 사과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무마한다든지.
이래 놓고 화장실 가서 혼자 쌍욕을 읊조리는
무서운 두 얼굴의 여자라고 해도...
최소한 사람들을 배려하며 노력한
그 '착한 척' 하는 겉모습 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흔히 겉보다 속이 더 중요하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겉도 속만큼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겉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회사생활에서는.
아무리 착하고 속이 깊다 해도 행동하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어찌 알리오.
끓어오르는 속내를 감추고 착한 척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도대체 왜 욕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 사람들은 오히려 노력한 후배를 '착한 척하는 사람'으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진정한 '착한 사람'으로 도장을 쾅쾅 찍어 버리니...
참 이상한 노릇이었다.
왠지 그 착한 척하는 후배에게 가서
괜찮다고 어깨를 도닥여주고 싶은 심정.
"중학교는 남녀공학 나왔지만 고등학교는 여고를 나왔거든?
그래서 아는데 너 같은 후배가 흔치 않더라고. 네가 우리 부서라서 참 기뻐."
나라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