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17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직업'으로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식당 앞에서 메뉴 고르다 말고
'음식 모형 만드는 일은 어떨까?' 생각한다든지...
커피 한 잔 하러 들어간 가게 인테리어를 둘러 보며
'목공을 배워볼까?' 생각한다든지...
제주도 사진을 보다 말고
귤 따는 아르바이트 일당이 얼마인지 알아보는 식이다.
웃긴 건, 내 경력이나 전공과는 전혀 상관 없는 쪽에만 관심이 간다는 것.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완전히 새롭게 0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나이 먹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초등학생이 대통령 꿈꾸기보다 더 꿈 같은 일인 줄 알면서...
다 큰 어른이 대책도 없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꿈을 꾼다.
이 일만 아니면 다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일 때.
내가 하는 일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이 일로 내가 소진되고 있다고 느낄 때.
한마디로 그때 난 많이 지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