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만 아니면 다 괜찮아

회사의 추억 #16

by 셋째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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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세계일주를 떠났다'는 말로 시작하는 여행서를 종종 본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부러웠지만 그런 컨셉도 자꾸 보니 식상하다...고 생각했는데 -_-;

그러면서도 손이 가고 다 읽고 나면 또 부러워지니...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병인가 보다.


'지금, 여기, 우리'라는 이름의 예쁜 카페도 있더라만,

그분은 낭만적인 느낌으로 그 이름을 쓰셨겠다만,

그때 당시 나는 '지금, 여기, 이 일'만 아니면 다 괜찮을 것 같은 병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 당장 사표 내고 어디 떠나기라도 할 것처럼,

잘 읽지도 못하는 영문 론리 플래닛 스코틀랜드편을 뜬금없이 사오질 않나...

점심시간에 근처 서점 가서 아무 여행서나 붙들고 읽다가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퇴직금 계산기를 두드려 보질 않나...


그런데 이런 미친(?) 짓이 의외로 약간 도움이 된다는 사실.

물론 오래가진 않지만...

세계일주 약발도 회사 생활 열흘이면 다 소진되고 말 텐데,

그깟 여행서 몇 시간 읽는다고 약발이 얼마나 가겠는가.


단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을 때,

'여행 떠나기 직전' 코스프레를 추천한다.


전혀 갈 일 없을 것 같은 지역의 여행서를 사보는 거다.

그것도 단골 서점 말고 낯선 동네 서점에서.

이태원 헌책방에서 이집트 여행서를 사는 식이랄까?


떠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당신에게

어쩌면 아주 잠깐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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