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추억 #19
아무렇지도 않지가 않아

by 셋째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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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살아온 것도 아니고,

흘러간 세월도 무시 못한다.

그런데도 나를 괴롭혔던 상사의 승승장구 소식을 들으니

아무렇지도 않지가 않더라.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스운 일이다.

이건 뭐, 헤어진 전 남친 못 잊는 여자 얘기도 아니고. ㅉㅉ


차라리 할 말은 하고 나올 걸.

끝까지 웃는 낯으로 대하며 '당신 때문에 나가는 것 아니야'라고 온몸으로 거짓말했던 것도

나름의 자존심이라면 자존심이었는데.

어른스러운 처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차라리 내 속이나 편하게

할 말은 하고 나오는 편이 나았을지도.


언제쯤이면 내가 미워했던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까?

아니, 비는 것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미워했던 사람의 행복에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지가 않은 날.

왠지 진 것 같은 날.

한 가지 감사한 건 지금은 내가 그의 부하직원이 아니라는 사실.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안 봐도 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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