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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셋째딸 Oct 14. 2021

죽어가는 부교감신경 살리기

지푸라기인 줄 알았는데 동아줄이었던 방법들

호흡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자율신경은 인간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기는 하다. 바로 호흡이다.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 영역 중에서 호흡만이 유일하게 의식적 조절이 가능하다. 요가나 명상 센터에서 호흡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깊고 편안한 호흡은 뇌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널뛰는 자율신경을 진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코로 숨을 쉬되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천천히 쉬면 된다. 이때 가슴이 아니라 배가 움직이는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 어떤 글에서는 들숨보다 날숨이 두 배로 더 길어야 하고, 남은 숨 한 톨까지 모두 내뱉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내쉬라고 조언하던데, 그렇게까지 엄격히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편안한 범위 내에서 들이쉬고 내쉬는 게 좋겠다.     


혹시 마음이 불안하거나 통증이 심할 땐 내쉬는 호흡에서 ‘편안하다’ 혹은 ‘괜찮다’ 같은 단어를 속으로 읊조리면 도움이 된다. 아픈 부위에 손을 대고 숨을 쉬어도 좋다. 두통이 있다면 접은 수건을 머리에 얹어두고 숨 쉬는 것도 방법이다. 수건의 감각으로 아픈 감각을 중화시킨다고나 할까? 이마를 지그시 누르는 감촉이 뜻밖의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두통 환자가 건네는 웃기지만 실질적인 팁이다.     


빗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곁들이면 더 좋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면 어느새 나른한 기분이 든다. 긴장된 몸과 마음이 가라앉고 심지어 슬슬 졸리기까지 한다. 혹시 불면증이 있다면 명상의 시간이라 여기고 이런 호흡을 반복해보기를 권한다. 명상하다가 잠이 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명상의 시간’이라 말하는 이유는 실제로 ‘명상의 기본’이 ‘호흡’이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잠들지 않으려는 뇌를 속이기 위해서다. 호흡이 잠들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리면 희한하게도 잠이 더 안 온다. 소파에서는 잠이 잘 오는데, 침대에서는 잠이 안 오는 이유를 아는가? 소파에서는 자려는 의식을 하지 않고, 침대에서는 자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애쓰면 더 어려워지는 인생의 아이러니가 뇌와 자율신경의 세계에도 적용되는 것을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뇌의 방해를 피하려면 ‘나 지금 자는 거 아니야, 눈 감고 있는 거야. 잠깐 명상하는 중이야.’라면서 뇌의 감시망을 딴 데로 돌려놓아야 한다. ‘나 지금부터 잘 거야.’라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뇌는 오히려 방해 모드에 들어간다.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자기 전에는 어지간한 욕심은 다 내려놓고 그저 편안하게 호흡에만 집중하기를 권한다.     


천천히 숨을 쉬는 데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은 한쪽 콧구멍으로 숨 쉬는 연습을 해보면 좋다. 손가락 중지와 검지를 콧구멍 가까이에 댄 상태에서 검지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중지로 왼쪽 콧구멍을 막고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내쉰다. 이번에는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마시고 왼쪽 콧구멍으로 내쉰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숨 쉬는 감각을 익힌 뒤, 손가락을 떼고 두 콧구멍으로 복식호흡을 이어가면 된다.     


엎드려 누운 자세로 숨 쉬는 방법도 있다. 매트나 침대 위에 엎드린 뒤, 손등을 포개서 이마를 받쳐준다. 불편하면 가슴에 쿠션을 대도 좋다. 그 자세로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천천히 반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 좋은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노래 부르기나 허밍도 좋다. 허밍을 하려면 은근히 내쉬는 숨을 길게 쉬어야 한다. 즉 부교감신경에 좋은 숨쉬기다. 심리학을 공부한 어떤 신부님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어릴 때 부르던 노래를 부르면서 산책하기'를 권하기도 한다. 나는 MBC 창작동요제 대상을 받은 '노을'을 부르면서 산책을 하곤 했다. 노을을 허밍으로 부르면서 걷기는, 정말 최악으로 아프던 시절의 내 '지푸라기'였고, 그게 사실은 '동아줄'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법이다. 어떤 생명체라도 숨을 안 쉬면 죽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숨쉬기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 심지어 게으르다는 뜻으로 ‘숨쉬기 운동만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사실 숨쉬기 운동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운동인데 말이다. 나는 호흡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로 ‘숨쉬기 운동’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할애해 그 시간만큼은 호흡에만 집중한다. 나는 진심으로 호흡에 진심이다.      


족욕, 귀차니즘만 아니라면 매일 하고 싶다     


호흡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체온도 어느 정도는 노력으로 조절이 가능한 자율신경 영역이다. 더운 데 가면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난다. 추운 데 가면 체온이 내려가고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체온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위해 자율신경은 우리 몸 곳곳에 적절한 명령을 전달한다. 결국 나의 몸을 어디에 가져다 놓느냐, 내 몸에 무엇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나의 체온도 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그 유명한 ‘족욕’이다. 살만해진 지금은 귀찮다는 핑계로 거의 안 하고 있지만, 심각하게 아프던 시절에는 거의 매일 족욕을 했다. 뜨거운 물에 발부터 종아리까지 담그고 대략 20분 정도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라고 쓰지만, 사실 이 과정은 상당히 번거롭다. 물을 끓이고, 붓고, 다시 버리는 과정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그 귀찮은 일을 남편이 매일같이 해주었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참 고마울 뿐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건식 족욕기도 사용해봤는데 내 경우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물의 높이가 발목까지 오는 족욕기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 종아리의 절반까지는 물이 차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족욕기를 찾았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활용할 차례. 뜨거운 물에 발을 푹 담근 채 15~20분쯤 지나면 서서히 몸이 더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약간 땀도 나고 잠이 올 듯이 노곤해지면 제대로 한 셈이다. 이제 뒷정리를 하고 침대로 가서 자면 된다.     


족욕 후의 노곤하고 졸린 기분은 운동 후의 피곤함과는 전혀 다르다. 목욕 후의 기분과도 다르다. 운동할 때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략 머릿속에 그려볼 수가 있다. 심장이 빨리 뛰고, 많은 양의 산소가 몸에 들어오고,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몸이 더워지고, 땀도 나고. 모든 것들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열심히 움직이기는커녕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저절로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몸이 더워지고 땀이 나다니? 게다가 한쪽은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정신이 더 또렷해지고, 다른 한쪽은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나른해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도 신기할 따름이다.     


한방에서는 족욕이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머리가 차가워지는지 온도를 재보지는 못했지만, 전신의 온도가 한 차례 조정되는 느낌은 확실히 받는다. 그 과정의 반복이 두통이 좋아지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으리라 나는 믿고 있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즉 ‘두한족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두통 환자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볼 만한 조언이다. 나는 늘 머리가 뜨거웠다. 말 그대로 뜨거웠다. 얼굴이 잘 붉어지는 편이라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운동을 해도 땀이 잘 안 나고 얼굴만 시뻘게졌다. 운동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을 정도였다. 미용실을 갈 때마다 들었던 소리가 ‘두피가 빨개요.’ 반면에 겨울만 되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곤 했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겨울에도 손발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참 여기저기 문제가 많았네.     


흔히 머리가 뜨거워지는 원인은 ‘스트레스’라고들 한다.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조언을 많이 하는데,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을까? 부처님도 삶은 고행이라고 했는데?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조언을 다른 말로 풀어보면 ‘곱씹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한두 번 정도는 다시 떠올리면서 이불 킥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그 상황을 곱씹는다면, 그것은 머리를 뜨겁게 달구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말은 참 쉽다. 스트레스받지 말라니, 곱씹지 말라니.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런 당신께 나는 운동을 권한다. 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차갑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영의 가장 좋은 점은 어푸어푸 숨 쉬는 데 집중하느라 머리 아프다는 인식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어떤 종류의 운동이라도 좋다. 몸을 움직여서 머리에게 쉴 틈을 주기를.     


다시 족욕 이야기로 돌아와서, 밖에 나가 뛸 만한 사정이 안 된다면 족욕을 시도해보자. 두한족열과 부교감신경 활성화,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하니 시도해볼 만하다. 두한족열은 모르겠지만, 부교감신경 활성화는 내가 몸으로 체험했다. 족욕한 날은 대체로 푹 잘 잤다. 푹 잘 자고 일어나는 날들이 반복되면 두통도 분명히 좋아질 수 있다!      


왜 연예인들이 등 관리에 신경 쓰는지 알았다     


바른 자세와 건강한 척추의 중요성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자율신경과도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자율신경의 주행경로는 척추로 이어지기 때문에 척추의 정렬 이상은 자율신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두개골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턱관절, 경추부터 시작해 흉추, 요추까지 모두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자목과 턱관절, 척추측만증. 모두 내게 익숙한 단어들이다. 척추측만증 때문에 근막통증증후군이 온 것이라 진단한 의사도 있었고, 나의 경우는 경미한 수준이라 말한 의사도 있었다. 경추 역시 ‘두통의 원인’과 ‘두통이 올 정도는 아니다’라는 두 가지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은 기능의학 의사가 지적한 문제인데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그중에 척추의 자율신경 문제를 지적한 의사가 딱 한 명 있었다. 정형외과 의사였는데 내게 도수치료와 척추 주변 근육에 놓는 주사 치료를 권했다. 세 번 정도 치료를 받고 그만뒀지만(병원이 너무 멀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등 근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긴 했다.     


진단명이 무엇이든 척추를 건강하게 관리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지금은 등 관리에 꽤 신경을 쓰고 있다. 등 근육이 너무 없어서 물리치료사를 놀라게 한 장본인인 만큼 근력 운동부터 시작했다. 스트레칭에만 몰두했던 지난날을 잊고, 등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력 운동을 한다. 폼롤러 마사지, 물구나무서기, 철봉 매달리기도 한다. 물구나무서기와 철봉 매달리기는 척추가 받는 압력을 잠시나마 풀어준다고 한다. 견인 운동이라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전문가로부터 등 마사지를 받는 것도 권하고 싶다. 다만 악 소리 나도록 아픈 마사지 말고, 등에 오일을 바르고 부드럽게 문지르는 마사지여야 한다. 영국 BBC 방송에서 본 내용인데 부드러운 마사지를 충분히 받은 사람의 면역력 지표가 놀랄 만큼 좋아졌다. 일시적이긴 해도 다른 신경 관련 지표들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실험에 참가한 사람이 도구를 활용해 셀프 마사지를 하면 안 되냐고, 내가 묻고 싶은 바로 그 질문을 했는데, 돌아온 답은 ‘사람의 손이 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흠. 연예인들이 등 마사지에 진심인 게 꼭 미용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매일 마사지받으면서 살고 싶다. 


그래 우리 가끔 하늘을 보자     


부교감신경은 눈과 혀 등에 미치는 감각신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에 집중하는 것도 부교감신경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감에 집중하기, 다른 말로는 ‘일상을 명상하듯 살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하루 종일 가부좌 틀고 앉아 명상만 하자는 건 아니고, 하루 중 단 몇 시간, 혹은 몇 분이라도 일상 행위의 ‘감각’에 집중해보자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양치질을 할 땐 칫솔이 잇몸에 닿는 감각에 집중한다. 샤워하면서 물의 온도와 비누거품의 향기를 느낀다.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그 순간에 몰입한다. 산책하면서 나뭇잎 색깔의 변화를 관찰한다. 핵심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하기. 물론 이때만큼은 TV나 휴대폰은 멀리 두어야 한다.      


이중에 꼭 추가했으면 하는 것은 자연 관찰이다. 현대인은 시각 정보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 민감한 감각을 자연의 다양한 색깔과 움직임으로 채우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 

‘그래, 우리 가끔 하늘을 보자.’

한때 유행했던 글인데,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거북목 예방과 스트레스 이완을 위해 우린 정말 가끔 하늘을 볼 필요가 있다. ‘하늘’을 산, 나무, 꽃, 강, 바다 등 다른 자연물로 대체해도 좋다.     


그래, 우리 가끔 나무를 보자.

그래, 우리 가끔 꽃을 보자.

그래, 우리 가끔 산을 보자.

무엇이든 좋으니 스치듯 보지 말고, 의식적으로 자세히 보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물을 골라 편하게 시작하면 좋겠다. 일상을 명상하듯 살기, 일상 곳곳에 자연을 배치하기, 하루 스케줄에 자연 관찰을 추가하기. 의식적으로 이런 시간들을 늘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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