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힘을 믿어보자
회사 다닐 때 컴퓨터가 말썽이면 주변 동료들이 그랬다.
“껐다 켜.”
정말로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켜면 제대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껐다 켜’의 마법은 우리 인체에도 적용된다. 바로 ‘수면’이다.
사귀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우리는 보통 이런 위로를 받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그때는 믿지 못했고 더러 화도 났지만, 돌이켜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왜 그럴까?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이별한 현실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간이 지난다는 말은 ‘잠들었다 깨기’를 매일 반복한다는 뜻이다. 하루 24시간 중 7시간씩 매일 죽은 듯이 잠들었다 일어나기를 한 달, 두 달, 일 년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 잠든 시간 동안 우리는 아픔을 잊는다. 몸의 아픔이든 마음의 아픔이든, 7시간 동안은 없었던 일처럼 보낸다. 그러기를 반복하며 매일 10g씩 아픈 기억을 지워나간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1kg가 지워지고 견딜만한 수준이 된다.
우리가 자는 동안 인체와 뇌는 스스로 회복하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상처 입은 곳이 아물고 아픈 기억이 흐려진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결코 헛된 위로가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2주 지나면 괜찮아져.”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주문처럼 이 말을 속으로 되뇐다. 2주만 기다리자. 경험상 2주의 법칙은 거의 들어맞았다. 늘 2주가 되기 전에 회복하곤 했다. 그러니 이젠 아파도 그다지 겁내지 않는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전보다는 덜 괴롭다. 2주가 지나면 아픔도, 속상한 기억도 모두 흐려질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는 동안 벌어지는 내 몸의 회복력을 믿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연약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 그대로 세상에 나온다. 왜일까? 답은 단순하다. 그래도 되니까. 신이 인간을 세상에 보낼 때 완벽을 기하지 않고 오히려 연약하고 위태로운 상태를 택한 건, 그 상태가 오히려 세상에 나가기 적절해서일 수도 있다.
애초에 세상에 나온 배경이 그렇다면, 아프고 연약하고 허술한 지금 이 상태가 그렇게까지 열 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완벽하게 건강하고 깨끗한, 허상의 나를 쫓을 것이 아니라 그저 매일 조금씩 아파하고 치유하기를 반복하며 10g씩 성장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하면 되니까. 오늘 잘 살면 한숨 자고 일어난 내일은 더 괜찮을 테니까.
시간에게 기회를 주자. 내 안에 잠재된 회복력을 믿어보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