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프리워커로그를 연재하기로 결심한 지 두 달.
실은 발행중인 뉴스레터를 그대로 써내려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똑같은 나의 이야기를 쓰는 곳이지만 뉴스레터는 나름대로 일상, 취향, 일의 내용을 나누어 담고 있다면, 브런치는 이 모든 것을 압축한 에세이로 완성이 된다는 사실을.
그러다보니 뉴스레터에 있던 것들을 그저 가져와서 쓰는 것이 되지 않아 덩그러니 브런치를 비워둔 채였다
다만 아무래도 브런치를 비워놓는 게 마음이 쓰여서 뉴스레터와 비슷한 이야기지만 조금 더 솔직한 감상과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남기려 한다.
프리워커로 독립한지 이제 벌써 9개월 차,
사실 그간의 프리워커 생활은 생각보다 평안했고, 무난했고, 쉬웠다.
내 입으로 직장 다닐때와 비교해보아도 너무 난이도가 낮아졌다, 라고 이야기할 만큼.
다만, 이런 입방정 때문인지 12월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프리워커 생활이 새해맞이 액땜으로 이어졌다.
9월부터 12월까지 업체 4군데와 계약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새해를 맞이하며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고,
한군데는 자의로, 한군데는 타의로 종료를 하게 되었다.
자의로 종료한 곳은 꽤 오래 해왔지만 업무 범위가 생각보다 너무 넓어지면서 다른 업무들과의 병행이 어려울 것 같아, 일시종료를 하는 형태로 잘 마무리했지만, 한 업체는 새해맞이 액땜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갑작스러웠고, 당황스러운 일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목에 ing라고 쓴 이유도 그 중 하나..)
이 업체는 초기 해외 마케팅을 준비하면서 현지 마케팅 인력이 없어, 계약하게 되었는데 주로 체험단 시딩과 인플루언서 섭외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초기에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시작했다. 시장 이해도가 낮은 기업이었기에 이런 부분을 미리 염두하고 시장 분석 자료와 방향성을 사전에 협의하여 진행을 했는데, 3개월이 지나자 현지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행되고 있던 업무들을 계약 종료 전까지 새로운 담당자에게 연계하는 형태로 제안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쪽에서는 섭외된 모든 사람들을 취소하겠다고 나왔고,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이미 한 달 전에 섭외가 완료되어 제품 배송도 완료되었고, 대표님이 직접 구성안과 리스트를 확정지은 건이었는데 말이다. 약 40명 내외의 섭외가 되어 있던지라 최대한 진행을 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했으나 새로운 담당자는 대표님이 잘 몰라서 컨펌을 한 거 같으니, 진행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밀어부쳤고, 본인들이 컨펌했던 내용들을 캡쳐로 보내며 법적 대응으로 나올 경우 불리하실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 했으나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햇다. 이전 회사에서부터 함께 협업을 해왔던 업체들이라 계약서 작성 전에 진행을 해주었던 건이다보니 나름대로 원만히 해결해보자 설득하고, 컨펌을 진행했던 캡쳐까지 보내보았지만 돌아온 답은 나와의 계약은 이제 종료되었으니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다, 라는 말 뿐이었다.
프리랜서로 다양한 클라이언트들을 만났지만 이런 경우가 난생 처음이어서 중간에서 이리저리 조율을 해보고자 이러저리 노력해봤지만 내가 해결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나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에 악몽을 꾸고, 몇 번이고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무시로 일관하고 있어, 이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 액땜이라 하기에도 뭣하다.
이 일을 통해 얻은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내 직감이 보내는 신호... 소위 말하는 쎄함을 무시하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진행을 하며 몇 번이고 말을 번복한 전적이 있었지만, 애써 괜찮을 거야, 하고 넘겼는데 그 모든 게 이렇게 터졌다. 그리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하자는 이야기를 계속 미루고 미루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함께 한 업체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미팅도 각자 진행해봤지만 여전히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업체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결국은 본인들도 액땜이라 치고 진행을 해야할 것 같다고 하는 상대 업체 대표님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일이라도 손이 필요한 게 있다면 돕겠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가 없어, 나 스스로도 참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간의 사회 생활이지만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하는 곳은 처음이라 새삼 사회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가슴 한 켠에 답답함을 가득 안은 채 1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녹록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