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더러움의 기록
1시 5분
카페는 마감 시간을 이미 넘겼다.
사람 몇 명만 남아 있었고, 모두가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굳이 먼저 일어나지는 않는 상태였다.
이 시간대의 카페는 늘 그렇다.
머무는 사람보다 남아 있는 흔적이 더 많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첫인상은 이상할 정도로 단정했다. 청소 직원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머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작업복은 새것처럼 깨끗했다. 신발 바닥에 먼지도 없었고, 장갑은 포장지에서 막 꺼낸 것처럼 희었다. 카트의 바퀴 소리마저 불필요할 만큼 조용했다. 그녀는 우리를 보지 않고 카페 전체를 한 번 훑었다.
사람이 아니라 공기를 보는 것처럼.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무표정해서 얼굴에 있는
표정이 얼룩이라면 표백제로 제거했다고 느껴질민큼 알굴근육의 아주 작은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계시네요.”
그녀가 말했다. 나를 향한 말이었다. 나는 그녀의 표정과 차분한 표정이 몹시 차갑게 느껴져서, 나에게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네. 곧 나갈게요.”
“괜찮아요.”
“급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장 안쪽 테이블로 갔다.
청소는 생각보다 느렸다. 닦는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확인하는 시간이 길었다.
한번 닦고, 손으로 쓸어보고, 다시 한번 닦고.
테이블 아래, 의자 다리, 바닥의 모서리. 처음에는 그저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그녀가 닦은 자리는 지나치게 말끔해졌다.
반짝이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앉았었다는 사실이
지워진 느낌이었다. 나는 그녀가 청소하는 것을 보고 전문가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그녀의 모습은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갑이었다. 분명 깨끗했던 장갑에 옅은 회색 얼룩이 생겼다. 물에 젖은 것 같지도, 먼지가 묻은 것 같지도 않은 묘한 얼룩.
나는 별로 더러워 보이지도 않는 카페에 생각보다 많은 얼룩이 있다는 것을 그녀의 장갑을 보고 알게 됐다.
“오늘은 좀 바빴죠?”
내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많았어요.”
“늘 이 시간에 오세요?”
“네.”
“힘들지 않으세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바닥을 보며 말했다.
“힘들다는 말은
너무 편리해요.”
“왜요?”
“다 설명해 주는 말 같잖아요.”
그녀는 다시 걸레를 움직였다. 그 사이 장갑의 얼룩은
조금 더 진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함은 분명해졌다. 그녀는 청소 도중에 한 번도 무언가를 떨어뜨리거나 쏟지 않았다. 넘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옷소매에 얼룩이 생기고, 바지에 검은 자국이 늘어났다. 마치 더러움이 공기 중에서 그녀에게로 옮겨 붙는 것처럼.
“이 자리에 앉았던 분들요.”
그녀가 말했다.
“컵 세 개 썼죠.”
“네.”
“그런데 설탕은
네 번 흘렸어요.”
나는 웃지도, 놀라지도 못했다.
“어떻게 아세요?”
“바닥이 말해줘요.”
그녀는 바닥을 가리켰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목이 보였다. 아까 없던 검은 선이 생겨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때처럼.
“이런 건
바로 안 닦으면 남아요.”
“뭐가요?”
“사람의 결정이요.”
그녀의 말투가 조금 거칠어졌다.
“괜찮겠지.”
“누가 치우겠지.”
“이 정도는 뭐.”
그녀는 흉내 내듯 중얼거렸다.
“그 말들이 여기 다 남아요.”
청소는 점점 안쪽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문 자리, 웃음이 많았던 테이블, 의자를 계속 끌어당기던 자리. 그 자리를 닦을수록 그녀는 점점 더 더러워졌다. 머리카락이 풀렸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유니폼의 색은 이제 원래가 뭐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카페는 말도 안 되게 깨끗해졌다.
깨끗함과 더러움이 정확히 반비례하고 있었다.
“ 혼자 하기엔 너무 넓은 곳 아니에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의자를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껌 자국과 굳은 음료가 엉켜 있었다.
“이런 건
누가 만든 걸까요?”
“모르죠.”
“맞아요.”
“아무도 몰라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사람들은
자기가 앉았던 건 기억해도
자기가 남긴 건 기억 안 해요.”
“기억 안 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죠.”
그녀는 걸레를 짰다. 그런데 물은 거의 맑았다.
열심히 걸레질은 했지만, 그녀가 짜낸 걸레에서는
구정물 하나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걸 보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럼 이 더러움은
어디서 온 거예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나를 봤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여기요.”
그녀는 자기 몸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게 다 여기로 와요.”
그녀는 웃었다. 이번엔 웃음이 분명히 비틀려 있었다.
“이상하죠?”
“나는 닦는데 나는 더러워져요.”
“근데 아무도 이상하다고 안 해요.”
그녀는 마지막 테이블을 닦았다. 그리고 멈췄다.
그 순간 카페는 완벽했다. 광고 사진처럼 깨끗했고,
사람이 있었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카페 한가운데에 가장 더러운 사람이 서 있었다.
유니폼은 거의 검은색이었고, 손과 팔에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머리카락에는 먼지가 엉켜 있었고, 신발은 진흙처럼 변해 있었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참고 있던 말을 쏟아냈다.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항상 누군가가 대신 책임졌거든요.”
“그게 나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나는 청소를 하지만요.”
“이건 청소가 아니에요.”
“이건 사람들이 버린 걸 몸으로 옮기는 일이에요.”
그녀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여긴 깨끗하죠?”
“그럼 됐죠.”
그녀는 카트를 끌고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검은 발자국이 남았다.
문이 닫히자 카페는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깨끗한 테이블에 앉아 컵을 들었다. 손잡이가 유난히 미끄러웠다.
이곳은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 깨끗함은 누군가의 하루를 전부 뒤집어쓴 결과라는 걸.
그리고 새벽을 청소하던 그 여자는 오늘도 집에 돌아가 쉽게 씻기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남은 음료를 마시고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려다가, 냅킨 위에 컵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