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성하게 되는 것들
이발을 했다.
늘 가던 미용실에서.
나는 늘 가던 미용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비싼 미용실을 다녀봐도
마음에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느 곳에서 머리를 자르던
이발을 다 마치고 난 후에,
헤어디자이너의
‘ 머리 마음에 드세요?’라는
질문에 짜증이 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거의 서른 살까지 미용실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철새 고객이었다.
서른 살 즈음, 우연히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에 갔는데
그곳에 있는 한 디자이너가
커트한 머리 스타일이
몹시 흡족했었다.
그 뒤로
그녀에게서만 스타일링을
받고 커트를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또 이발을
할 때가 된 것 같아,
그녀가 일하던 매장을 방문했는데
갑자기 폐점을 해버렸다.
그때 꽤나
적지 않은 상실감을 느꼈다.
‘ 늘 가던 미용실’이라는 것이
생긴 일종의 작은 애착이었는데,
그것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1년 동안
나는 스스로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군 복무 시절 이발병을 해서
‘ 나쁘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혼자 이발을 했는데.
미용실에 가보면
헤어 디자이너들은
귀신같이 혼자 이발한 것을 눈치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사실 나는 조금 부끄럽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곤 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고 나서
내가 정착했던 디자이너가
개인 숍을 차려서 원장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나보다
어린 나이의 그녀가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는 것이
대단하기도 하고,
꽤나 야무지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늘 가던 미용실’이
생겼다는 소식에 기뻤다.
어떤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을
누군가는 오랫동안
갈망해도 없는 경우가 있다.
‘ 늘 가던 미용실’이라는 것이
나에게 그랬다.
미용실 하나로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자신의 일부가 된다고 믿는다.
어떤 개인의 취향들이
모여서 그 개인을
형성한다고 믿는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늘 마시는 커피 한 잔에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에게서는 커피 향이 날 것이다.
그런 것이 그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취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내가 선택을 하고,
그것을
나의 일부분으로
만드는 것 또한
작지만 인생에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