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no May 21. 2019

결국은 나만이 내 곁에

마흔의 나는 내 유일한 비밀 지킴이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존재는 우주와 같다. 부모는 나를 돌보는 자양분이자 햇빛이자,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생애최초의 가치관을 전달해주는 교육자이자 신체적 안전과 정신적 안정을 이끄는 주도자이다. 


청소년기에는 친구의 존재가 큰 의미로 부상한다. 급격한 신체발달로 몸은 어른에 가까워지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내면의 성장은 부모와 기존 사회제도에 대한 거부와 반항을 내뱉게 하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동지가 되는 시절이다. 


청춘의 시절에는 연인의 존재가 중요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감정. 가족과 부모가 아닌 남에서 처음 확인하는 내 존재감. 나의 모든 것을 이렇게 아름답게 바라봐주고, 그를 통해 나를 더욱 가치 있게 해주는 연인의 존재는 스스로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러나 마흔의 계절이 시작되면 부모, 친구, 연인(또는 배우자)으로부터 채워졌던 안정감, 존재감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누구도 내 감정을 그 이전의 그 누구만큼 이해할 수도 없고, 삶의 경험도 가치관도 달라지기에 종종 소꿉친구도 너무 변해버려 공통된 대화의 주제조차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당연하다 마흔 이후의 삶은 비슷해 보여도 모두 다른 그만의 삶의 이슈를 갖기 하기에 그에 따라 미세하게 다르게, 독특하게 성장을 유도한다. 결국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아진다. 한 가지의 주제, 어떠한 감정 제한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경험 속에서의 교집합만이 한시적으로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이전처럼..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눈빛만을 봐도 나를 다 알아줄 것 같은 연인도 변해있을 것이며, 성장과정을 함께한 절친한 친구도 다른 무대에서의 삶을 사느라 바쁠 것이다. 부모님은 연로하셔서 너무 약해져 계시거나 또는 너무 고집 스러워지기 쉽다. 내 이야기, 내 하소연 그리고 내 비밀은 오직 내 안에 남겨진다. 그것이 꼭 꺼내어 나누고 싶은 고결한 것일 수도 있고, 수치스러워 꺼내고 싶지는 않지만 대나무 밭에 가서 홀로 외치고 싶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비밀일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이든 결국은 나만이 내 이야기를 듣고, 나만이 그것을 지킨다. 고독하고 외롭다. 하지만.. 대신 오해가 없다. 말을 하고 나서 수습해야 할 뒤탈도 없다. 내 의도를 곡해해서 생기는 오해도 없다. 결국 나와 나 스스로만이 남는다 마흔에는..


작가의 이전글 마흔, 사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