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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Aug 01. 2019

마흔이 되어 좋은 점들

처음 마흔은 어색하지만 점점 친숙해지는 점들

그간에는 마흔을 살아가는 날들에 대한 어두운 점들만을 늘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마흔이 되어 좋은 점들도 있다. (가끔은 많다) 다만, 마흔이라는 나이 특히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마흔들은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에 스스로를 진화시켜가고 있기 때문에 그 진화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어떠한 점이 계속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같은 점이 시간이 조금 더 진하면 좋은 점으로 변해있기도 한다. 인생의 이슈는 시간의 파도 속에 오고 가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점들은 생겨나고 자라나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들이 이제야 보인다. 그게 마흔인 것 같다.


흑과 백의 논리, 호 VS 불호가 아니라 한 대상, 현상에는 모두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들어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맹렬하게 자신이 옳다고 외쳐대는 한쪽과 그 반대쪽 모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으로 유연해진다. 한쪽을 편든 다고 다른 한쪽의 미움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그러던가 아니던가 내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그렇게 생각하 듯, 나 는 이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다.) 말을 해야 할 때는 하고,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때는 침묵으로 내 의견을 대신한다. 뭔가를 꼭 들어내는 것만이 색깔이 아니다.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안 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침묵도 의견이다. 


남 VS 녀, 노 VS 소, 안 VS 밖처럼 이분법인 아니라 그 사이의 경계도 있다는 것, 굳이 둘로 나누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자라고 여자라고 모두 같지 않다. 어른과 아이도 어찌 보면 다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한국과 한국 외를 굳이 나눠야 하는가? 우리는 그저 지구라는 공간에서 함께 나이 먹고 자라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남자라는 특징을 가진 이도, 여자라는 특징을 가진 이도 있고 또는 트랜스젠더도 있고 동성 또는 양성을 사랑하는 특징을 가진 이도 있는 것이다. 내가 해본 것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내 스스로를 모든 이에게 이해시킬 수 없듯이 그들도 마찬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두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뭐랄까 '홍익인간'의 정신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노인이든 어린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저 지구인 사람으로서 각자가 지닌 매력에 집중하는 걸로...


나의 가치관과 철학이 조금 더 뚜렷해지게 된다. 물론 이게 너무 짙어져서 편협한 쪽으로 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대세가 선호하는 것이 좋은 것, 1등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멀어져간다. 20-30대에 소속한 학교나 직장이 나를 대변해주고 있다 생각한 적이 많았으나 생각해보면 내가 삼성다닌다고 삼성이 내것은 아니다. 물론 좋은 직장에 들어갈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저 나는 그 조직에서 월급을 받고 극히 일부의 일을 하는 일원일 뿐이다. 이름이 생소한 조직에서 일한다고 갓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 비굴할 필요도 없다.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런 생각을 뚜렷이 하게 된다.


나의 인적 자산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침습적인 인간관계는 떠나는 것이 맞다. 모든 연락에 응대할 필요도 특히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기만 하는 인간관계에 답을 줘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두어도 된다. 그 인간관계가 가족이라도 친한 지인이라도 떠나도 상관없다. 


늘 불만이었던 한국사회의 지나친 경쟁, 서울의 복잡한 거리, 성급한 한국인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장점이 보인다. 서울은 복잡하지만 다이나믹하고, 성급하지만 대신 신속하고 가끔 답답하더라도 특유의 생명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약간만 시간을 바꾸면 가진 것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만 이조차도 한국인의 매력이다. 


마흔이 되어도 좋은 점은 많다. 시각이 바뀌니 더욱 좋은 점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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