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고 나서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안에 있을 때에는 그렇게 치열했었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 다 끝나고 나서 이제야 겨우 보이는 것들 말이다. 그렇게 깨달으려, 발견하려, 얻으려 온갖 노력을 다 했음에도 내가 그 안의 주체로 있을 때에는 얻지 못하다 어떠한 이유로든 밖으로 나와 바라보니 이제야 단번에 보이는 것이다. 그게 왜 안 되었었는지, 그게 왜 말이 되었던 거였는지... 정말 단 번에 확연히 보인다.
그때 얼핏 누군가 해줬던 말이 사실은 핵심이고 팩트였는데 내 무모 이상의 의지로 될 수 있을 거라, 이룰 수 있을 거라, 방법이 있을 거라 고집했던 것들이 이제 와서 그 안에 있는 주체로서의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보니 그건 무슨 해도 되지 않았을 일이라는 거, 그때 그 누군가의 조언이 바로 답이었다는 것이 이제야 바로 보인다.
살면서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왜 그땐 몰랐을까? 어리석어서였을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삶에는 다 타이밍라는 것이 있고, 그 타이밍은 내가 원할 때 꼭 오지 않는다. 타이밍과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관점인데, 내 것을 내가 바라볼 때 나는 충분히 객관적일 수 없다. 내 손을 떠났을 때 비로소 조금은 객관적인 눈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눈은 마흔 즈음에서만 떠지는 것 같다. 이미 직간접 경험을 통해 익힌 혜안으로만 보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