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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Dec 24. 2021

참조기를 굽다가 옥돔을 구웠다

   정안이는 생선을 참 좋아한다. 그것도 흰 살 생산을.

 시어머니가 손질해서 보내주는 갈치나 가자미를 참 잘 먹었다. 그것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나는 마트에서 종종 생선을 사곤 한다. 나 스스로 생선을 사는 것은 정안이가 일반식을 하고 난 이후의 일이다. 남편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다는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물론 구운 생선은 잘 먹지만 굽는 과정에서 나는 연기와 먹고 나서의 잔반 처리가 싫어서 집에서는 생선을 구워 먹지 않았다. 생선은 양가에 놀러 갔을 때 엄마들이 구워 주는 것만 날름 받아먹곤 했다.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정안아, 오늘 저녁 반찬 뭐 먹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정해져 있다. 자장면, 돈가스, 그리고 생선 반찬. 갓 지은 흰쌀밥에 생선 반찬을 좋아해 나와 남편은 정안이를 노인 입맛이라며 놀리곤 한다. 물론 정안이는 못 알아듣지만.

 예전에 가격을 잘못 보고 옥돔을  적이 있다. 100g 얼마라고 적혀있는 것을  마리에  가격인  알고 샀다. 옥돔이 철인가? 하며 계산을 하고 집에 와서 찍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냉동 생선  마리에 4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라니. 깜짝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반쪽을 구웠다. 세상에 이렇게  먹을 줄이야.  입이 고급이구나? 매일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옥돔을 잘 먹던 생각이 나서 이번에도 마음은 옥돔을 사 가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씁쓸한 마음을 안고 생선코너 쪽을 둘러본다. 어떤 흰 살 생선이 있나 쓱 하고 둘러보는데 제주산 참조기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있었다. 예전에 소금간이 안되어 있는 생선을 구웠다가 무(無) 맛이 나서 당황했던 적이 있던 터라 생선코너 직원에게 간이 되어 있냐 물어보았더니 간이 안되어 있으니 구울 때 소금을 쳐서 구우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머님이 주시는 생선은 전체적으로 간이 다 베여있어서 맛이 있는데 생선 껍질에서 소금을 쳐서 구우니 영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초록창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선 손질을 해보았다. 생물 참조기는 따로 해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사 오자마자 바로 비늘을 벗겨 내고, 지느러미를 잘라냈다.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내야 하는데 그건 도저히 할 수 없어서 그냥 놔두었다. 깨끗하게 물로 씻어 내고 천일염을 넣은 물에 넣어 두었다. 소금물에 꽤 오랜 시간 넣어 두어야 그렇게 짭짤한 맛이 생선에 베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안이가 오면 물에 한 번 헹구고 키친타월에 물기를 닦아내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얹어 구워 주면 밥 한 공기 뚝딱 먹는 생선 반찬이 된다. 에어프라이어에 굽는 것이 더 편하지만 생선은 기름에 자글자글 튀기듯 구워야 더 맛있는 것 같아 주로 팬에 굽는다.

 가위 날로 참조기의 지느러미를 슥슥 떼어내며  이제 진짜 주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생선 손질이라니. 이런  엄마만   있는 건지 알았다. 그래 나도 이제 엄마가 되었구나. 아이가  먹는 음식은 이렇게라도 해서 먹이는 엄마가 되었네. 생각보다 참조기는 인기가 없었다.

 그런 정안이가 아픈지 일주일이 지났다.  먹던 생선도 먹지 않고, 식음을 전폐한  마냥 먹질 않았다.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것은 옥돔이었다. 비싼 가격이지만  먹어만 준다면 이보다 비싼 것도   있는 마음이 들었다. 옥돔은 굽다 보면 생선 비린내가 아닌 고소한 냄새가 난다. 옥돔을 반으로 잘라 기름을 두르고 달아오를 때쯤 옥돔을 올렸다. 사실 냉동 생선은 그냥 꺼내서 굽기만 하면 돼서 정말 쉬운 반찬이다. 생물 참조기처럼 손질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정안이 감기가 거의  낫기도 했지만 옥돔 반마리를   공기와 함께 뚝딱 해치웠다. 너는 정말 옥돔을  먹는구나.  개의 뼈와 머리 빼곤 남은 부분이 없었다.

 참조기 대신 옥돔의 맛을 다시 알아버렸으니 큰일이다. 하지만 생선이 먹고 싶다고 한다면 냉동실에 얼려 둔 참조기를 꺼내 해동하고 손질을 해서 참조기를 또 구워줄 것이다. 그러다 가끔은 또 옥돔을 구워 주겠지만 다른 생선을 잘 먹어준가면 정말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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