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Apr 22. 2016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

Not Doing Good Enough


I kept the notion of perfection intact while altering its definition depending on my understanding of the world.
완벽함이라는 개념 자체는 가만히 두되,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냐에 따라 이의 정의만을 바꾸어 나갔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아래에]


Day 103: 21 April 2016, Melbourne


“… unfortunately, some of you guys have failed the last assignment.”


My heart sank when a lecturer delivered an unexpected news. Even though she wasn’t pointing at me or looking towards my general direction, I was sure that I was one of “some of you guys” who have failed.


I actually didn’t care for much, as grades have never been of my primary concern since I left high school. I knew that while grades were indicative of my hard work and/or knowledge, they were also secondary to my learning experience and sometimes even irrelevant. So the past few years, my motto regarding uni work would be ‘do your best and care the least about the result, unless it’s unfairly given’. 


So the idea of failing a subject, let alone an assignment itself wasn’t too daunting. It was more the expectation that I have set for myself coupled with the lack of confidence in having reached that point, that caused a disquietude when I heard her telling us that some of us had failed.


I grew up being a perfectionist. I wanted to be everyone’s favorite. When I realized I couldn’t, I wanted everyone to at least like me. Then I found out some people are just incompatible with others for no apparent reasons. I still struggled trying to be the nice person. I never said no to the people I cared for and/or liked. While I was narrowing down the scope of the people that I wanted to please for reciprocal affection, I kept draining the same amount of energy. It was because I kept the notion of perfection intact while altering its definition depending on my understanding of the world.


But there is no such thing as perfection.


Even after realizing the absence of perfection, however, I struggled. My expectation may have left the impossible reach where perfection lies, but it stayed not too far from it.


So I’d stress myself for not being good enough, which was often what many would think as sufficient. I’d overstress for not having read the textbook word by word or not having proofread my paper until I could recite some parts.


There seemed to be no cure for this OCD. I would realize my obsession with near-perfection and the stress that accompanied only after the end of the event. So whenever another occasion arose, I’d strangle myself for not being or doing good enough and suffer. The vicious cycle remained.


Having a little break from the fast-paced city like Hong Kong and hard-working individuals like my family and friends in Korea helped. But it was not even close to a cure. Luckily it gave me a room to meditate on why I strive to do so much more and overachieve. Psychoanalysis says I was competing with my older brother, as a sibling seeking for parental attention, or as a girl against a boy in a patriarchal society. Sociological analysis says it’s the capitalist society constantly telling us to do more, be better, sleep less and work harder. So that we can desire more, earn more and spend more.


Whatever the reason may be, I’m still trying to find the right balance between hard work and mental well-being. I’ve been trying to loosen a little, care less and let things go. I’ve been trying to be at peace with oversleeping on weekends and lying in bed for no reason. But it’s hard.


I later found out that not only have I not failed, but also I’ve done quite well for my assignment, as my lecturer told me. I guess a collection of validations like this would make me be more comfortable with who I am and how much I am doing. Like the Imposter Syndrome that I am perpetually suffering from, I’d probably need some time to get over this.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103일: 2016년 4월 21일, 멜버른

“… 안타깝게도 몇 명은 지난 과제를 통과하지 못했다.”


강사분이 예상치 못했던 이 뉴스를 전했을 때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 말을 할 때 분명 나를 가리키고 있지도, 내 방향을 보고 있지 않았는데도 나는 그 “몇 명” 중 내가 포함된다고 확신했다.


사실 그렇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이후로 점수나 학점은 내 주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학점이 내 노력과 지식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실제로 내가 얼마나 배웠는지보다는 중요하지 않으며 때로는 그와 관련이 없을 때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대학 과제나 시험 관련 내 신조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불공평한 결과가 아닌 이상’이었다.


그래서 이 수업에서 낙제하거나, 아니 하나의 과제를 통과 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부여한 기대감과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 부족이 합쳐져, 강사분이 그 말을 했을 때 불안해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모든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최소한 모든 이들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랐다. 어떤 이들과는 딱히 명백한 이유 없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나는 계속해서 착한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상호적 감정을 기대하며, 마음에 들고 싶은 상대들은 줄어갔지만 나는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완벽함이라는 개념 자체는 가만히 두되,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냐에 따라 이의 정의만을 바꾸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의 부재를 깨달은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버둥거렸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는 완벽이 있는, 도달할 수 없는 범위를 떠났지만, 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자신을 옥죄었는데, 이는 사실 많은 이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교과서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내가 작성한 리포트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이 강박증에 알맞은 해결책은 없는 듯했다. 완벽함에 가까운 기대치에 대한 내 강박증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일이 끝나고 나서야만 알아차렸다. 또다시 어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나는 충분히 하고 있지 않고 부족하다는 사실에 스스로의 목을 졸랐고 힘들어했다. 이 악순환은 반복되었다.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는 홍콩이나 쉬지 않고 열심히 사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서 약간의 휴식을 갖게 된 것이 도움되기는 했다. 하지만 해결책이기에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다행히도 왜 이리 더 많은 것을 성취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갖게 되었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연년생 오빠와 경쟁하며 자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엄마, 아빠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아니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자로서 남자와 경쟁하면서 말이다. 사회학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해서 우리에게 더 많이 성취하고, 발전하고, 잠을 덜 자고 더 일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소비하도록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나는 노력과 정신적 안정 사이의 알맞은 균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긴장을 조금 풀고, 신경을 덜 쓰고, 조금은 되는대로 두려고 하고 있다. 주말에는 늦잠을 조금 자고, 별 이유 없이 침대에 조금 더 누워있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렵다.


알고 보니 내 과제는 통과했을뿐더러, 강사분에게서 꽤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비슷한 확증과 인정들을 모아서 지금의 내 모습과 내가 지금 하는 것에 대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사기꾼 신드롬’에 시달리는 것처럼, 이것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의 조각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