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bourne is Home
[한국어는 아래에]
Day 107: 25 April 2016, Melbourne
“I hesitated so much before coming to Australia.” That’s an overused sentence that I’ve been abusing since the first day I arrived in Melbourne. I still say it, even when I’m counting down the days until I leave.
Why? Australia just sounded like a bland, uninteresting piece of land that was so isolated from where my life spun around. I didn’t see the point of leaving home for this far-away land.
Leaving home per se wasn’t an issue. The issue was more about being isolated, “stuck” in this island — and island that is too big that it’s considered a continent than an island. Unlike Asia, Europe or America where most countries share borders with other countries and cultures, Australia stands on its own. That’s probably why I see it as an island than a continent. And of course I chose Melbourne, the furthest Australian city from home, a city that doesn’t even have a direct flight from home.
Having less than 50 days left in this city, I’m in a dilemma of feeling the relief that I’m no longer going to be so isolated but not wanting to leave. Is it some sort of a Stockholm Syndrome?
On one hand, I imagine myself standing at the edge of this one big island, looking at it from the Google Maps’ point of view like a giant. Like how I, as a little girl, used to spin around a basketball-sized globe with my fingers pointing at all the cities I’d like to go live in when I grow up. Then I realize how far away I am from the rest of the world; that other than New Zealand, and Polynesian islands that I have no personal connection to, there is nothing but thousands of kilometers of salt water until I reach my family and friends.
But when I stand on that footbridge in Brunswick to see sunsets, or cycle through the cemetery towards the skyscrapers in the city, or even when I gaze out from the 45th floor by the Yarra River, I see more land than water. I see more people, life, culture than the emptiness; the void that I dreaded so much before I came.
It’s weird. I guess I have built some sort of a life here. A home, maybe. And definitely met some amazing souls that I expected to but dared to hope for. But most of all, I got sucked into a blackhole called Melbourne: a fun, culturally ample, diverse, dynamic and comfortable blackhole that sucks you up once you set your foot in. I’ve met many who unwittingly ended up in Melbourne. That’s probably why I was so cautious not to be too attached, not to be sucked into. But now I call this place a home.
I can’t seem to put my thoughts into words about this dilemma. Frankly, I don’t even know why I started to write about this. But it’s hard not to think that now everyday is a countdown; the usual bike path to the university would no longer be the ‘usual’; the group of friends to grab a $4 pizza and beer would all be scattered around different parts of the world, and we’d have to plan months before and fly to get some pizza and beer like the good old days.
When I got on a flight to Melbourne, leaving home wasn’t an issue, leaving people was. This time, when I get on a flight leaving Melbourne, leaving both home and the people would be an issue.
So how many days do I have until I go back home? Zero. I call this place a home. Like I did for the past 9 months, and I will continue to. Because Melbourne is home.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107일: 2016년 4월 25일, 멜버른
“호주에 오기 전에 엄청 망설였어.” 멜버른에 도착한 첫날부터 남용해온 문장이다. 떠날 날을 세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 말을 하곤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호주는 내게 재미없고 지루해 보이는 땅덩어리에 불과했으며 내 삶이 돌아가는 곳에서 멀기만 해 보였기 때문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굳이 이 먼 곳으로 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집을 떠난다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거야 어차피 익숙했으니까. 문제는 이 동떨어진 섬에 ‘갇혀버리는 것’이었다. 호주라는 이 섬은 크다는 이유 덕분에 하나의 대륙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았다. 아시아, 유럽이나 아메리카와 달리 호주는 다른 국가나 문화와 국경을 마주 보지 않고 홀로 서 있다. 아마 그래서 나는 호주를 대륙보다는 섬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동떨어진 땅덩어리에서도 나는 멜버른을 골랐다. 호주 도시 중 집에서 제일 먼 도시, 서울에서 직항 비행기도 없는 이 도시를 말이다.
이 도시를 떠나기까지 5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이 시점에서 나는 이 도시를 드디어 떠난다는 안도감과 떠나고 싶지 않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인가?
한 편으로는 거인이 되어서 구글 지도를 내려다보며 이 커다란 섬의 구석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하곤 한다. 마치 어렸을 적, 농구공만한 지구본을 돌려가며 어른이 되면 살고 싶은 도시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내가 전 세계 다른 곳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가 실감 난다. 그러니까 뉴질랜드나 나와 연고가 없는 폴리네시아 섬나라들 이외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과 호주 사이에는 수천 킬로미터의 소금물뿐이라는 것 말이다.
한편으로는 브런즈윅의 육교에 서서 해가 지는 것을 보거나, 시내의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공동묘지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 혹은 야라 강 바로 옆 45층 건물에서 도시를 조감할 때에도 사실 물보다는 땅이 더 많이 보인다. 사람, 삶, 문화가 이곳에 오기 전에 그렇게나 두려워했던 공허함과 허전함 대신에 보일 뿐이다.
이상하다. 아마 이곳에 삶 같은 걸 만들어냈기 때문인가 보다. 아니, 어쩌면 집을 만들었을지도. 그리고 예상하긴 했지만, 감히 소망해야 했던, 너무나도 멋진 영혼들을 만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멜버른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발을 디디면 깨닫기도 전에 빨려 들어가는, 신나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다채롭고 정력적인, 게다가 편안한 이 블랙홀에 말이다. 이곳에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멜버른에 눌러앉아 버린 많은 이들을 만났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이 도시에 너무 애착을 가지지 않기를, 빨려 들어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나는 이곳을 이제 집이라 부른다.
사실 이 딜레마에 대한 내 생각을 제대로 글로 써내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왜 이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는 매일같이 자꾸만 초읽기 하게 된다. 학교에 갈 때 늘 다니는 자전거길이 더는 익숙한 길이 아닐 것이며, $4 피자와 맥주를 먹으러 가는 친구들도 곧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 익숙했던 것처럼 피자와 맥주를 먹으러 가려면 몇 달도 전에 계획하고는 비행기를 타야겠지.
멜버른행 비행기를 탈 때, 집을 떠나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사람들을 떠나는 것이 문제가 되었지. 멜버른을 떠나는 비행기를 탈 때, 아마 집과 사람들을 떠난다는 것이 모두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집에 갈 때까지 며칠이 남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하루도 남지 않았다고. 나는 이곳을 집이라 부를 것이다. 지난 9달간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계속해서 말이다. 멜버른은 집이니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