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ng a Memory
예상외라는 것, 어쩌면 참 두려운 일이다. 알 수 없는 미래 자체도 두렵지만, 그 알 수 없음에 대항해 예상이라는 용기를 내었음에도 그 희망이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
I fear that some things may not live up to expectations. Unknown future itself is daunting, but even when one has mustered up courage against the obscurity only to have such hope crushed is even worse.
137일: 2016년 5월 25일, 멜버른
더 좋은 전망을 얻기 위해, 그리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조금 더 높이 올라갔을 때 오히려 예상외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망을 마주하기도 한다.
예상외라는 것, 어쩌면 참 두려운 일이다. 알 수 없는 미래 자체도 두렵지만, 그 알 수 없음에 대항해 예상이라는 용기를 내었음에도 그 희망이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
때로는 이렇게 차분하게 우울해지는 날들이 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온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간다.
오히려 그 존재론적인 외로움이 더욱 피부 결에 와 닿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가슴 절절히 그 고요한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고 콧속을 시큰하게 자극할 때 즈음 살아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생명이라는 것에 새삼 감사해질 때쯤에야 혼자라는 그 느낌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기억 저편 너머 사라졌던 이 글이 떠올랐다. 이때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던 것 같은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까마득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지난밤 꿨던 언제나처럼 조금은 이상한 꿈을 더듬어가며, 마치 꿈이었던 양, 내가 저 글을 썼던 시간을 돌이켜본다.
떠오르지 않는다.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긴 했지만, 지난날의 추억이 시간 순서대로 저장된 곳이니.
35주 전. 약 9달 전이다. 그러니까, 멜버른에 온 지 채 3달이 되지 않았을 때, 그래서 아직은 조금 쌀쌀했을 때였다. 새삼스럽다는 게 바로 이때 쓰는 말인가 보다. 고작 해봐야 날씨가 40도를 웃돌았던 크리스마스 이후였을 거로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럼 차가운 공기가 콧속을 시큰하게 자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너무 명백해졌다.
다시 그때만큼, 아니 어쩌면 처음 멜버른에 도착한 그 날만큼 날씨가 추워졌다. 자전거를 타고 쉼 없이 페달을 밟아도 땀이 나지 않고, 얼굴과 손은 얼얼해지는 차가운 겨울이 왔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그 존재론적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냈다. 곁에는 이별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뿐이다. 곧 한국에서 또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이 온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날들.
오늘의 이 글도 어쩌면 기억 저편에 사라졌다가, 어느 날 아침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때가 오면 방 안의 차가운 공기와 이불 속 따스함이 공존했던, 하얀 벽의 텅 빈 이 방에 나는 잠시나마 돌아오겠지. 그렇게 이 순간은 그렇게 기억되겠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Day 137: 25 May 2016, Melbourne
Sometimes, even when you go extra higher to see a better view, and to get out of the usual space, I sometimes encounter a view that falls short of my expectations.
I fear that some things may not live up to expectations. Unknown future itself is daunting, but even when one has mustered up courage against the obscurity only to have such hope crushed is even worse.
There are days that I become calm and blue. Then, I go to a place where I feel like I’m the only one in the world when the sun comes down.
I go to a place where I feel the existential loneliness in my bones.
There, I stand alone and breathe in that tranquil loneliness.
When I start feeling the touch of bleak air on my skin and it piercing through my nose, I feel that I’m alive.
Only when I start being grateful for life, I begin to accept that idea of aloneness.
This piece of writing that has disappeared in the back of my head resurfaced. It felt quite a while ago, yet I was unable to relocate when exactly I wrote it. This morning, when I was only half awake, I looked back to that point in life that I wrote it, as if I recall an eerie dream from the night before.
I couldn’t. I logged onto Instagram: a platform that I left for many reasons but still stores the past memories chronologically.
35 weeks ago. It was about 9 months ago. That’s when it’s been barely 3 months since I landed in Melbourne; when the wind was still quite chilly. This is when things resurface anew all of a sudden. I thought it’d be after Christmas, maybe sometime this year when it was around 40 degrees. Looking back, it became so clear that I wouldn’t have felt the cold air piercing through my nose.
Just like the first day in Melbourne, the weather has gotten cold. Even when I pedal relentlessly on a bike, I don’t sweat anymore. And my face and hands freeze with tingling sensation. The winter is here.
But unlike then, I’ve lifted a bit of that existential loneliness. I’m surrounded by lovely people that I don’t want to part with. Soon, another beloved person is flying from Korea. The sorrow of parting and the thrill of adventures intersect.
Maybe this writing would fade away in my mind too, and resurface in one random morning. If that happens, I would come back to this moment, lying in an empty room where cold air dominates, but underneath a thick duvet that keeps me warm. That’s how this moment will be remembered.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