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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Choi Mar 05. 2016

일기예보

Weather Forecast

After a storm comes a calm, and not just any calm but a fascinating one with a breathtaking sunset.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 게다가 하늘은 숨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을 그려내었다.


Day 55: 4 March 2016, Melbourne


It’s been a hell of a week, full of ups and downs. But right now, in front of an artificial lake that exudes a pungent smell of a wet dog, probably because of a sudden shower that has cooled down an overtly heated ground, I cannot be more in peace. Two fountains on each side of this perfectly carved lake keeps spewing water against gravity.


Sitting here peacefully at the edge of a wooden bench that is mostly still wet, I’m surrounded by people jogging, cycling, having a picnic or idly lying by the tree trunk, whilst a warm golden light falls on the grass. It indeed feels like a laid-back late afternoon on Friday. A week of emotional turbulence has come to an end.


Just like the shower earlier today came so unexpectedly and shockingly, at the beginning of the week I was struck by a set of confusion and frustration out of a sudden. I was completely lost, doubting my choice to study something so irrelevant to the imminent issues of this society when what I want to achieve in life is to “bring changes to this world regardless of their size or scale”.


All of a sudden the rain stopped and came a gorgeous golden light, as if nothing has happened. An unforeseen series of events over the week has miraculously led me to an inspiring and stimulating path that I can’t wait to see more of. I’m once again excited about learning, motivated to read and thrilled to be in school. Such feelings have been absent for years, and little did I know it would all spark again out of the blue like this.


Yet, just like the bench is still drenched in rain, the residue of my agony about my choice of major did linger. But instead of trying to sit on it, I decided to avoid it. I figured out that there is no need to force myself to do something against my will if it’s unnecessary. That’s why today, I ended up dropping an art history subject last minute. Unlike the fountain, I won’t try to spout water against gravity. I’ll just let the water flow from top to bottom.


After a storm comes a calm, and not just any calm but a fascinating one with a breathtaking sunset. And that’s what made me stare at the sunset today for ages despite the state of hanger (= hunger + anger) that I was at after fasting for over 21 hours. Like the sunset I was marveling at, my semester could not have looked more intriguing and invigorating, especially compared to how off-track I was a few days ago.


Today’s weather forecast was first sunny, which suddenly turned gloomy, stormy then back to pleasantly sunny. That epitomizes the state of my emotions this week. The weather app tells me it’s going to be sunlit and warm throughout the coming days. I think so too.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Come see the photos I took on my Instagram.

55일: 2016년 3월 4일, 멜버른


오르락내리락했던 파란만장한 한 주였다. 하지만 지금 이 젖은 개 냄새 비슷한 비릿함이 나는 — 아마 과하게 더웠던 땅을 식혀준, 갑자기 내린 소나기 때문인 듯하다 — 인공호수 앞에서 앉아있는 나는 더없이 평화롭다. 호수 양쪽에 있는 분수들은 중력에 반하여 계속해서 물을 내뿜고 있다.


아직 대체적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는 이 나무 벤치 끝자락에 평화롭게 앉아 있는 나는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피크닉을 즐기거나 여유롭게 나무 맡에 누워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금빛이 도는 햇살이 파릇파릇한 풀밭에 떨어진다. 금요일 늦은 오후의 여유로움이 피부로 느껴진다. 감정적 동요가 가득했던 이 한 주가 끝이 나고 있다.


아까 갑작스럽게 그리고 놀랍게 내린 소나기처럼, 한 주의 시작은 갑작스러운 혼란과 낙담 등의 감정이 동반되었다. 나는 갈 길을 잃었고 내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이 세상에 규모와 상관없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면 도대체 왜 이 사회의 긴박한 이슈들과 이렇게나 동떨어진 것을 공부하기로 했는지 말이다.


갑자기 비가 멎었고 아름다운 금빛 햇살이 나타났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한 주 내내 지속되었던 이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은 갑자기 내게 고무되고 자극되는 길로 인도했다. 나는 다시금 배움에 신이 나고 더 많이 읽고 싶고 학교에 있는 것이 신이 난다. 이런 감정들은 사실 지난 몇 년간 내게서 부재했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내 안에서 이 감정들이 불을 지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만 마치 내가 앉아있는 이 벤치가 아직 빗물에 젖어있듯이 내 전공에 대한 선택에 대한 나의 걱정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벤치의 젖은 부분에 그냥 앉기보다는 피하기로 했다. 필요치 않다면 스스로를 굳이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오늘 나는 막판에 미술사 수업을 시간표에서 뺐다. 호수에 있던 분수와 달리 나는 이 중력을 거스르면서까지 물을 굳이 내뿜지 않기로 했다. 물 흐르듯 위에서 아래로 가기로 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 게다가 하늘은 숨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을 그려내었다. 그래서 나는 21시간 동안 단식을 한 뒤 배가 너무 고파 화가 날 지경에 있는데도 넋을 놓고 석양을 바라보았다. 내가 감탄한 그 석양처럼 이번 학기도 흥미롭고 기운 나는 학기일 것 같다. 특히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길 잃은 양처럼 헤매던 나인데 말이다.


오늘의 일기예보는 이랬다. 처음에는 맑았다가 갑자기 우중충해지더니 비가 쏟아지고 다시금 기분 좋은 햇살이 나타났다. 그게 이번 주 나의 기분을 요약해준다. 날씨 앱이 앞으로 며칠 간 해가 쨍쨍하고 따스할 것이라고 한다. 아마 그럴 것 같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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