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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Choi Mar 16. 2016

예술이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What Can Art Do in Our Society?

I love it when people fight against the status quo to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나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사회의 정적인 상태에 대항하는 사람들에 감동한다.


[한국어는 아래에]

Day 66: 15 March 2016, Melbourne


For a long time, I believed that art can suggest solutions to problems that our society has. I was ambitious, daring and maybe naïve. I thought art is a universal language that doesn’t require sophisticated learning to be used as a tool of communication among people from virtually anywhere. So when I watched JR’s TED Talk in 2011 that won the prize that year, my heart beat stronger than ever and my palm got sweaty out of excitement.


But over the years, I’ve faced the walls that spawned a sense of frustration regarding this hopeful aim. So I started to digress from the path that I was on; First, I left art school, stopped painting and altered my direction to studying art history. It went great until I realized that reading and writing about historical and cultural significance of artistic tradition does not solve social issues, at least as noticeably as I wished.


Besides, upon facing the people who have no room to appreciate art because their primary concern is a roof to sleep under, food to live on and clothes to wear, art seemed no more than an ornamental and collateral concept. In other words, using resources to alleviate social issues like poverty directly seemed like a more efficient approach.


So as years passed by, I grew skeptical of my studies, learning about materials like the significance of blue color — for it was an exquisite and expensive material due to its rarity — or about the structure of the Hindu temples. On top of such, having to compose essays comprised of overtly sophisticated lexicon (i.e. ‘eschew obfuscation espouse elucidation’ instead of ‘avoid confusion and be clear’) seemed pointless. As much as I found the contents interesting, I grew tired of not only its tedious process but also a seemingly wasteful time and effort I had to put in. 


Such frustration exploded a couple of weeks ago, during the first week of my second to last semester of my degree. My solution was to give myself a break and focus on other things, not only to distract myself but to learn different ways with which I can find solutions to problems.


Third week into the semester, the break has been great. But that does not mean that art is no longer under my radar of interest. That’s why for my journalism assignment, I chose to write about a feminist mural in Melbourne that has recently been defaced by a tagger.


But little did I know that the long-forgotten dream that an aspiring artist once had would reignite today when I sat at a hectic Italian cafe in Carlton with Eve Glenn, one of the original artists of the mural. This lovely old lady who could be your friendly neighbor who spends her daytime knitting and making crochet with a cat by her side, still had those glowing eyes that once contended political messages through her artworks.


Reminiscing more than three decades ago when she decided to do a mural with a fellow artist Megan Evans that counteracts commercial billboards that depict women in certain ways (i.e. objectification)  — thirty years later, women are generally portrayed in no dissimilar way — she said that she didn’t know what she was putting herself into. It took them two years to get the funding and the permission to use the wall of a state-owned enterprise’s depot.


Eve Glenn and Megan Evans, The Women’s Mural, Bomboniere to Barbed Wire, 1986, a photo from Eve


That’s why Eve got teary when she talked about how challenging this mural was to actualize, more so than to paint it on a wall that is 40 meters long and 10 meters high. Despite all the hurdles, she couldn’t give up for the women of the local community that she had promised the mural to; it was for the little school girls, for a Sudanese woman and her baby, for a mother with two sons running a milk bar, and for a local barmaid. It was the women of the local community that she fought for, every single day for two years. (That’s 730 days. I’ve only been writing for the past 65 days and I thought that was long.)


Sitting in front of Eve, who was looking back the rebellious days when she didn’t give up on what she believed in, I was moved and ashamed at the same time. An interview that was supposed to be for an article about the vandalization of a historic mural somehow shook me completely and made me emotional.


I love it when people fight against the status quo to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Eve, in that sense, has done that back in the 80’s when there was more walls than doors in front of her. She persisted, for two years, which is a long time to fight for anything. She fought for the art, strived for the cause that she believes in, and persisted for the people she cared about.


As I shook Eve’s hands, thanking her for coming down to talk to a Korean girl who she figured from the beginning that is not in the position to publish a story to a mainstream media, I could feel the firm grip of this woman of my grandmother’s age. When I walked out of the dim coffee shop to a bright daylight, I realized that it is only three in the afternoon. A strong ray of sun seemed to be accusing me of my lack of persistence, or of belief in what a naïve twelve-year-old used to write on her diary.


When I opened a file full of important photographic documentation that Eve cautiously lent to a stranger — “that’s the only thing I have. I’m probably doing a stupid thing (by handing it to someone that I just met)” — I saw her in the 80’s, in dungarees and a pair of white sneakers, leaning onto a steel frame that she climbed up to paint the higher part of the mural. Then I realized that I am younger than Eve in the photo — she was already a mother of three teenage children — and I could have done, and could be doing something like that today.


Throughout the day, my heart beat fast and fond from the meeting with Eve, both as a friendly old lady and as an energetic youth, that awakened my dormant dream and hope that art maybe a way to bring solutions to our society.

Artists Eve Glenn (left) and Megan Evans (right) in 1986, a photo from Eve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Come see the photos I took on my Instagram.


66일: 2016년 3월 15일, 멜버른


꽤 오랫동안 나는 예술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야망이 컸고, 당돌했으며 어쩌면 순진했다. 나는 예술이 전 세계 누구에게나 복잡한 배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소통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1년도에 TED 상을 받은 JR의 연설을 보았을 때 가슴이 뛰었고 기대감에 손에는 땀이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벽에 부딪혔고 이는 나의 희망 찬 목표에 좌절감을 낳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서있던 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예중을 떠나고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미술사에 대해 공부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모든 게 잘 되어가는 것 같았다. 예술의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에 대해 읽고 쓰는 것이 사회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말이다.


게다가 가장 기초적인 문제가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예술은 단순히 장식적이고 부차적인 개념으로 보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 등을 가난과 같은 사회 문제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내가 공부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파란색의 중요성 — 흔하지 않았기에 품위 있고 비싼 재료였다 — 이라든지 힌두교 사원의 구조 등에 대해 배우는 것은 둘째치고 과도하게 복잡한 언어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이를테면 ’복잡하게 하지 말고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해라’라는 말 대신 ‘혼란을 회피하고 설명을 옹호해라’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쓸모없게 느껴졌다. 배움의 즐거움은 남아있었지만 특히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듯한 그 구차한 과정에 나는 지쳐갔다.


한 이 주 전쯤 그동안 쌓여온 좌절감이 폭발해 버렸다. 4학년 1학기 첫 주에 말이다. 내 해결책은 잠시 내게 휴식기를 주고 다른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주의를 돌리는 것 이외에도 사회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대체적인 방법들을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결정한 휴식기는 학기 3주 차가 되는 지금 굉장히 잘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술이 내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듣는 언론 수업의 과제를 위해 나는 얼마 전에 흉하게 손상된 멜버른에 있는 한 페미니스트 벽화에 대해 쓰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 오후 이 벽화를 그린 작가 중 한 분인 Eve Glenn과 마주 앉았을 때까지만 해도 한 때 예술가를 꿈꾸었던 자가 잊은 꿈이 다시금 불붙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이 친절한 작가 분은 낮시간에 고양이를 옆에 두고는 뜨개질을 하는 이웃집 할머니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젊었을 적 열정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외치고 다녔던 모습이 반짝이는 눈에서 아직도 느껴졌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를 꺼내면서 작가님은 내게 당시 그렇게 어려운 일에 발을 딛는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다른 작가인 Megan Evans와 함께 당시 팽배하던 광고와 빌보드에서 여성을 특정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이를테면 대상화하는 것) — 사실 30년이 지난 오늘도 그리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 대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과 한 공기업의 창고 건물의 벽을 사용하기 위한 허가를 받는 데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 벽화를 그리기 위해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그녀는 40미터의 너비와 10미터의 높이가 족히 되는 이 벽화에 대해 말할 때 눈가가 촉촉해졌다. 수많은 장애물들에도 그녀는 이 벽화를 약속했던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감에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벽화에 그려진 여학생들을 위한 것이었고, 수단에서 온 여성과 그녀의 아기를 위한 것이었으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두 아들의 엄마를 위한 것이었고, 동네 술집의 바텐더를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2년 간 매일을 그 지역의 여성들을 위해 싸웠다. (이는 무려 730일이나 된다. 나는 글을 65일간 써왔고 이게 길다고 생각해왔다.)


정의에 맞서 싸우며 믿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던 당시를 되돌아보는 작가님 앞에 앉아서 나는 감동받았고 동시에 부끄러워졌다. 역사적인 이 벽화가 파괴된 것에 대한 기사를 위한 인터뷰가 어쩌다 보니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놓고는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사회의 정적인 상태에 대항하는 사람들에 감동한다. Eve Glenn은 그런 의미에서 80년대에 그녀 앞에 문보다는 벽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행동해왔다. 2년 동안 — 무언가를 위해 싸우기에 긴 시간이다 — 그녀는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그녀는 예술을 위해, 그녀가 믿는 것들을 위해, 그리고 그녀가 신경 쓰는 사람들을 위해 싸워왔다.


내가 큰 신문사에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작가분에게 나는 감사의 말을 전했고 그녀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넸다. 할머니 뻘의 나이가 되는 이 분의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컴컴했던 카페에서 나오자 밝은 햇빛이 나를 마주했고 그제야 나는 아직 오후 3시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한 햇빛이 마치 부족한 나의 끈질김과 순진했던 12살 아이가 일기장에 적어왔던 것들을 충분히 믿지 않았음을 추궁하는 것만 같았다.


작가님이 오늘 처음 만난 내게 건넨 중요한 사진들이 가득 들은 파일을 열자 — “내가 유일하게 가진 자료야. 나는 아마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를 건네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겠지” — 나는 80년대의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멜빵바지와 흰색 운동화를 신고 벽화의 윗부분을 그리기 위해 올라서곤 했던 철골구조에 느긋하게 기댄 사진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 사진 속 작가님보다 지금의 나는 어리다는 것을 — 그녀는 당시 3명의 청소년 아들과 딸의 어머니였다 —. 그리고 나도 과거에 그녀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친절한 할머니의 인상에 더해 열정적인 청춘이 느껴졌던 이 작가님을 만나고는 하루 종일 가슴이 빠르게, 그리고 따뜻하게 두근거렸다. 덕분에 잠자고 있던 내 꿈과 희망, 그러니까 예술이 어쩌면 이 사회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 꿈과 희망을 깨웠기에 말이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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