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선택이 아니라 체력의 문제

by 별난애

한창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살지 고민을 했을 때 가장 생각이 많았던 부분은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였다.


하고 싶은 일

중, 고등학생 때쯤에는 무조건 ‘하고 싶은 일’에 강했다. 그 이유는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만족감이 올라가고, 더 잘하려는 의지도 생기고, 그렇게 하다 보면 전문가적인 실력도 갖추게 될 것이고 그에 맞는 대우도 받게 될 테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을 벌면 불평불만도 없고, 매일이 즐거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가 꿈꾸는 직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해야 하는 일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해야 하는 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말 그대로 해야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일에는 내 능력과 내 책임이 있고,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의 질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말로 받아들여 그 후로부터는 사소한, 별거 아닐 수 있는 일에도 디테일하게 파고들며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예전에는 해야 한다고 하면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의문을 한다고 해서 안 하게 되는 건 없었기에 ’왜?‘라는 의문을 지우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야 한다고 하면 해야 하는 것이라고 곧이곧대로 했고, 또 해야 하는 일을 나중으로 미뤄봤자 언젠가는 해야 하는 것이니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해야 하는 일’밖에 안 보였다. 앞선 이유에 덧붙여하고 싶은 일은 돈이 되기 힘들다는 점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나에게 일말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사회는 현실이고, 하고 싶은 일은 그저 이상이라 여겨 오로지 눈앞에 놓인 먹고사는 상황을 해결하기 바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게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함에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것들과 맞바꿀 생각도, 포기할 용기도 없었고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 보나 마나 극소수일 게 뻔했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며 혹시 만약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택한다고 해도, 그 극소수일까?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또 사람이 안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라고 생각하기도 해 눈에 띄게 사는 것보다 많은 인파에 묻혀서 사는 게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많은 이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쫓았다. 다른 길로 안 튀고, 정해진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택이 아니라


정해진 길로 가면서,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N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이 평생직장을 벗어나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 그리고 갓생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게 되었다. 예전에도 부업의 의미로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리하는 투잡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본업, 부업으로 나뉘는 게 아닌 본업이 2개 이상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다. 낮에는 직장인이고 퇴근하면 OO인 삶이 대단해 보였다. 어떻게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퇴근하고 어떻게 저렇게 하는 거지?

이런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 고르는 게 아니라 직장인(해야 하는 일)+OO(하고 싶은 일) 두 가지를 다 하고 있어서 그간 당연하게 둘 중 무엇을 선택할지만 생각했던 부분이 당연하지 않다는 게 충격을 받았다. 둘 다 선택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고 싶은 일은 돈이 안되고, 해야 하는 건 하기 싫어 각각의 단점 중 어떤 것이 치명적 일지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돈이 안 되는 건 살아가는 데 위험했다.

근데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여기서 ‘하고 싶은 일’ 또한 그동안 단순 취미라고만 생각했다. 무언가를 배우는 일. 예를 들어 악기를 배우는 일이나 수영을 배우는 일, 영어를 배우는 일 등.

“배워서 나를 알려야지”라는 생각보단 “배워야지”라는 생각만 했었던 내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다가 하고 싶은 일로 바꾸고 싶다고 해도 그 분야엔 이미 전문가들은 있어 내가 가진 실력은 그에 비해 약했고, 직업을 바꾼다는 깡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와 생각해 보면 바꾼다는 것도 택일이었다. 그만큼 둘 다 한다는 말은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근데 내가 몰랐을 뿐이지, 많았다. 그들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를 고르지 않고 둘 다 택하며 그만큼의 노력을 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싹 무시하고, 몇 배로 노력한 결과물이 빛을 바라고, 그들이 원하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내었다. 누군가는 저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하겠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지만 결국은 상황이 아니라 체력이 문제였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동안 내가 하지 못했던 건 내게 주어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그것들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없어서라니, 너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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