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달려있는 것
나는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물론 나의 판단
으로 인한 선택이지만 시대가 변한 것도 한몫했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어떤 일 혹은 어떤 직업을 평생 하며 돈을 벌어야 할지가 제일 큰 주제였다.
게다가 그때의 나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서 처음 가진 업으로 끝까지 가는 거였다. 그렇다면 첫 직장을 늦게 들어가는 것보다 빨리 들어가 연차를 쌓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서 전문대학교를 진학, 학과도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입학하고 무리 없이 졸업했다.
학과 특성상 취업이 보장되고, 일자리도 많아서 직장을 못 가질 걱정은 전혀 없었다. 내가 원하는 안정적인 삶이었다.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고, 내가
스스로 나가지 않는 이상 유지되는 삶.
(이때만 해도 퇴사는 내 인생에 절대 없었다.)
첫 사회생활
그렇게 나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나의 첫 직장의 근무환경과 업무는 생각했던 것보다 버거웠다. 업무가 많아서 바빴고, 그래서 정신이 없었고, 무엇이 맞는지 헷갈리면서 모르는 모든 것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었다. 게다가 내가 잘해야 하는 거 외에 사수와 내외부의 조직까지도 신경 써야 해서 여유를 가질 틈도, 숨 쉴 구멍도 없었다. 겨우 물 밀리듯 퇴근을 해도 남은 업무가 많아 잠을 최대로 줄여가며 해야 했고, 주말도 해야지 겨우 끝낼 수 있어서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이 없었다. 하필 출퇴근이 왕복 3시간이어서 직장을 다녔을 때는 하루에 4-5시간 정도 잤던 것
같다.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버텼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버틴 게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가끔 혼자서 그때의 나를 뿌듯하게 여길 정도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그렇게 고생한 덕분에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나름 얻은 게 있다고 생각이 들어 나름 괜찮았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럼에도 퇴사한 이유
한창 일에 치여있을 때 사회적으로 퇴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정말로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퇴사한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서.
이제는 뻔한 말이고 흔해진 말이다.
나도 하고 싶은 것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다.
퇴근해도 업무로 인해 개인적인 휴식이 없었던 직장인의 삶에서는 도저히 내 에너지와 시간, 체력으로 멀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과감히 직장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고 결정을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뜬금없고 무모하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나름 고심한
끝에 퇴사가 더 나은 결정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퇴사를 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을 것 같아 설렜고 지금부터가 내 삶의 시작이고 앞으로의 미래가 찬란할 것이라 생각했다.
무직의 삶
퇴사한 후의 3개월 동안은 여행을 갔다 오기도 하고
백수처럼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평일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여유를 즐겼다. 출퇴근 없는 자유로운 시간이 가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지금에 엄청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정말 편안했다.
그 후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이 들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연히 직장을 다녔을 때보다 월급은 낮았지만 마음이 편했다. 출근 시간 10분 전까지만 가도 되는 것, 그 시간에만 일하면 끝인 것,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적은 것, 일이 어렵지 않고 많지도 않은 것. 평생 이 정도의 힘듦만 느끼고 이 정도의 시급만 받고 살고 싶을 정도로 아르바이트 생활에 만족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지금. 열심히 돈 벌며 부지런히
살았다. 매일 일했고 하루의 시간을 쪼개서도 일했다. 하루에 두 탕, 세탕, 네 탕까지 늘리며 일하니 나름 꽤 큰 월급이 만들어졌다. 내가 할애한 시간들은 생각 못하고 돈만 보이니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계속 몸을
굴렸고 결국 지쳐버렸다. 그때 다 그만두고 하나만
하고 있었는데도 힘이 부쳤다. 그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길 잃은 목표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퇴사를 했는데 아르바이트에만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만 지나있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남은 게 없었고 이룬 결과도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그동안 뭐 했어?라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퇴사한 목적을 까먹었다.
꿈을 이루지는 못했더라도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아예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했는데 퇴사한 후로 하고 싶은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노력도 안 했고 할
생각도 안 했다.
직장인과 무직의 차이
갑자기 불안함과 조급함이 생겼다.
난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과연 이게 맞나?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고 복잡해졌다. 사실 이 생각은 퇴사를 마음먹었을 때 생각했어야 했는데 뒤늦게 뒷북인 꼴이었다. 그러다 내가 퇴사를 안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퇴사를 안 했으면 지금도 일을 하고 있을 테고 돈을 벌고 있을 테고 연차가 쌓였겠지 -
퇴사하지 않은 이들은 지금의 나와 반대였다. 이들은 연차가 쌓였고 그만큼 월급이 높아졌지만 나는 연차가 없었고 월급이 낮아졌다.
내 가치의 값
내가 직장인이었을 때 내가 하는 업무량과 능력에 비해 월급이 적다고 생각했다. ‘이것보다 더 많이 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열심히 한다고 올려주는 것도, 그렇다고 몇 번 잘해서도 오르지 않는다. 월급을
수동적으로 올려주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절대에 더 가깝다.) 월급을 조금 더 많이 받으려면 그저 그만두지 않고 근속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이런 시스템이 싫었다.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만큼 인정받고 잘하면 잘한 만큼 보수를 받으면 누구나 열심히 할 것인데 시간만 지나서 받는 거면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열심히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이익을 내야 하는 업장 입장에서는 열심히는 필요가 없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것도
있다. 나는 내가 한 만큼 받고 싶어서.
그래서 현재 내 가치의 값은 최저시급이다. 말 그대로 최저라는 바닥에 서있다. 다시 직장인이었을 때의
월급까지 오르는 일이 나의 첫 번째 목표이다.
나는, 내 힘으로 내 가치를 올라가기 위해 퇴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