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인연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꼭 운명처럼 우리는 놓여 있었던 거죠.

by 강준혁

언젠가 '인생에 더 나은 선택이 있을까?'라는 영상에 달아놓았던 댓글.



밥을 먹을 때는 손이 밥을 먹는 용도로써 사용되지만, 연인과 있으면 스킨십의 용도를 가진 매개가 되고,

훌륭한 공연을 보면 박수를 치는 용도로 사용되죠.

손이라는 건 어떤 고유한 성질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어떠한 우발적 마추침에 그 성질이 일시적으로 결정되듯 사람도 마찬가지죠. 직장에서는 직장인이지만, 연인 앞에서는 그냥 사랑받고 싶은 한 인간이고, 친구들 앞에서는 또라이가 되기도 하구요. 며칠 전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보게 된 먹방 메뉴가 문득 떠올라 내 점심이나 저녁이 되기도 하구요. 삶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우연히 집어든 책의 한 문장이 내 인생을 바꾸게 되는 것처럼,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놓이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사람이 내 평생의 배필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는 우발적 마주침에 결정되는 삶을 잠시 살다가 죽는 것뿐이죠. 더 나은 선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 선택으로 촉발되는 우발적 마주침들이 존재할 뿐이고 그 마주침 안에서 펼쳐진 환경들,

그 속에서 조화롭고 싶은 내가 필사적인 발버둥들로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뿐이죠. 사회적 시선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허락된 것만을 쫓다 죽기엔 삶이 너무 짧으니,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향하는 그 과정 속에 놓여져 있는, 언제나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그 우발적 마주침들에 순순히 응하며 책임지고 살아가는 게 현명한 인생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새벽에 고민에 빠져 있지 않았다면 라일리티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소중한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감사히 영상 잘 보겠습니다.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모든 것들에 얼마나 많은 우연의 순간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중첩되어 얽혀 있는 걸까?


내 사소한 선택이 아예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소한 선택이 모여 너무나 우발적인 것들을 자아낸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랑하는 저 사람을 그 수많은 우연 속에서 찾아낼 확률은 몇% 나 되는 걸까?

내 삶에 얹어진 우연의 개수만큼 저 사람 역시 숱한 우연을 통해 여기에 도착한 것일텐데.


돌아보면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우연이 한 점으로 수렴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것에 인연(因緣)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음이 아닌 아름다운 화음으로 얹어질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다.



살아가며 순간들 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연이라는 이름에 빛을 잃었는지 믿기 힘든 작은 기적들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꼭 운명처럼 우리는 놓여 있었던 거죠.
스쳐 지나갔다면, 다른 곳을 봤다면
만일 누군가 만났더라면 우린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성시경 - 그 자리에 그 시간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구든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