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있을 거야
몰입이 깨지는 순간은 또 다른 강렬한 자극이 내 손을 잡아 끌 때다.
사진을 찍어주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백발의 노인이 사진을 찍어주는 행위는 멋지고 또 뭉클했다.
나이가 들수록 꽃을 더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는,
무상(無常)을 보기 때문이다.
무상(無常)은 말 그대로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이 꽃도, 이 꽃을 보는 나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하면 그때야 비로소 머물 수 있게 된다.
평소라면 꽃은 목적지로 향하는 경로에 펼쳐진 조형물에 불과하지만
무상을 인지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꽃은 주체로써 다가온다.
우리 엄마 아빠가 예전보다 더 자주 꽃 앞에 멈추게 되는 이유도 그걸 느끼고 있어서겠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감각하고 있는 그 순간을 재촉하고 싶지 않다.
그게 꽃의 무상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고,
엄마 아빠의 무상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다.
"Where our eyes are never closing
사진에서 우리의 눈이 감기지 않은 것처럼
Hearts are never broken
우리의 심장은 계속해서 뛸 거야
And time's forever frozen, still
사진에서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있을 거야"
Ed Sheeran - Photograph 중
우리는 왜 사진을 찍을까?
사진 속에는 무상이 없으니까.
영원한 현재를 담아낼 수 있으니까.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이 현재를 영원히 얼려주는 빙점(氷点)이 되어주니까.
'언제나 최고의 셔터 찬스는 한 번뿐, 두 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좋다고 느껴지면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셔터를 누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훌륭한 순간 포착, 그곳에 사진의 진가가 존재한다.'
- 양귀자 모순
놀랍게 이 구절을 읽은 지 얼마 안 돼서 벌어진 상황이었다는 거.
이런 우연한 행복이 늘 내 앞에 아른거리니
'우발적마주침'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지 않을 수가 없지.
이 말은 죽을 때까지 내 가슴에 새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