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선 같은 사람.
답답하면서도 그 불확실함이 날 더 자극하는 사람.
따라가 보고 싶은 불확실함을 제공하는,
계속 맛보고 싶은 슴슴함을 가진, 좋은 식당의 평양냉면 같은 인간.
안정적인 길만을 택하려는 우리로 하여금 불확실한 길을 따라가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람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온몸으로 방사하는 분위기가 내 오감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사회적 미덕, 유튜브나 sns에서 떠들어대는 도덕적 관념이나 가치관을 그럴듯하게 떠드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욕망을 매력적으로 관철시킬 줄 아는 사람.
자신을 이끄는 가치관에, 그 매력적인 행보에 기어이 나까지 편승시키는 사람.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내가 너무 외로울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내 미래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도 모를 때.
내 불안감이 끝도 없이 팽창해, 나를 잠식했다고 느꼈을 때.
내 삶을 내 발걸음이 아닌, 불안이 결정한다고 느꼈을 때.
얘들아 고개 돌려서 보지 말고 꼿꼿이 무상을 봐라.
플라스틱 조화 선택하지 말고 생화를 선택했던 너의 감수성 그것이 옳다.
금붙이로 장식하지 말고 유산으로 돈으로 여러분보다 오래가는 것들 있죠?
그것에 사로 잡혀서 그 안에서 영원을 꿈꾸지 마요
꽃은 뭘 무서워한다고요?
안 핀 것을 무서워한다고요. 지는 걸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죽음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삶을 제대로 못 살아낸 것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 강신주
이 말을 듣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강신주 박의 글과 강연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강신주 박사 말고도 좋은 강연을 선물해 준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강연을 몇 개 보면 더 이상 찾지 않게 됐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를 더 높은 곳에 데려다주는 사다리 같은 존재였지만, 이 사람은 올라도 올라도 끝없는 사다리 같았다. 그 사다리에서의 여정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다 도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무려 2년을 넘는 시간을 들인 끝에!
강신주 박사가 해석한 'Philosophy'를 좋아한다.
철학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Philosophy'는 사랑을 뜻하는 Philos와 지혜를 뜻하는 Sophia가 합쳐진 말이다. 즉 '지혜에 대한 사랑, ' 혹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 정도의 개념인데
강신주 박사는 반대로 해석한다. 지혜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면 지혜로워지는 거라고. 사랑하면 알고 싶어 지는 거라고.
난 이 사람이 말한 방식으로, 그 사람을 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순수하고 밝은 사람을 좋아한다.
사랑스러운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귀여운 무언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그 사람의 이야기나 글,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세상을 아름답고 순수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말과 행동에서 모두 드러난다.
세상을 어떤 색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분위기에서 남김없이 느껴진다.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해맑은 아이 같다. 그런 사람들이 햇살처럼 쨍한 느낌의 밝음이라면
낮은 채도를 머금은 듯한 밝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어두움을 가지고도 그 어두움에 매몰되지는 않은 사람.
더러운 꼴 다 보고도 우울감에 휩쓸리지는 않은 사람.
마음을 비웠으면서도 허무함에 지배되지는 않은 사람.
세상의 수많은 풍파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기를 선택하는 사람.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짜 긍정적인 사람이다.
강신주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꾸만 그런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따뜻하고,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다.
메시지의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도, 그걸 가벼운 웃음 속에 던져줄 줄 아는 사람.
진짜 사람을 위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
거기에 사랑스러움까지 갖추고 있는 사람.
무상은 허무가 아니라, 오히려 교환 불가능한 순간의 연속인 ‘특별함’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사람.
난 이 사람이 살아가는 마음의 방식을 닮고 싶다.
그 비슷한 언저리의 마음으로, 그 사람이 가지는 않은 나만의 리듬, 나만의 길로 걷다 그렇게 죽고 싶다.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마음껏 들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