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더 멋진 논리가 있다.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려는 것이다. 소유란 우리의 궤도를 돌던 어떤 대상이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욕망은 그 대상을 얻는 순간 없어진다.'
강사 : 경험해 보셨을걸요? '저 남자, 저 여자랑 데이트했으면 좋겠다' '함께 차 마셨으면 좋겠다' '여행 가면 좋겠다','결혼했으면 좋겠다' 뜻대로 딱 되는 순간. '이제 뭐 하지?' 이런 느낌. 꽉 잡고 나면 사라지는 거예요. 마치 식욕 같은 거예요. 그렇게 스파게티를 먹고 싶었는데, 친구의 꾐에 넘어가서 떡꼬치를 먹어버린 거예요. 그럼 스파게티에 대한 욕망이 딱 사라지죠. 욕망의 특징은, 충족되는 순간 사라지는 거예요. 손으로 딱 잡았을 때 가치가 상실되면 욕망의 대상이었던 거예요. 우리는 대부분 착각하고 살아요. 사랑과 욕망은 그 순간에는 몰라요. 경험해 본 다음에 아는 거예요.
'반대로 사랑은 불완전하고 영원한 어떤 것이다. 욕망은 수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욕망하는 것이 내게로 다가오기를 원하게 된다. (⋯) 사랑을 하면 우리는 사랑의 대상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그 대상에게 가서 그 안에 존재하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대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유일한 시련일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타인을 향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 그 대상이 나를 중심으로 내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이 만든 궤도를 탄다. '
욕망은요. 내가 태양인 거예요. 그래서 위성들을 거느리는 거예요. 내가 가진 걸 안 버려요. 내가 가진 것들은 그대로 두되, 이 남자만, 이 여자만 들어오면 내 행성이 더 완전해질 것 같은 거예요. 얘 하나만 오면 돼. 근데 사랑은요. 그 사람이 지구고 내가 달이되는 경험이에요. 그 사람의 궤도 안에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궤도를 타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걸 다 버려야 되죠? 내 안에 있는 중력을 다 버려야 그 궤도에 빨려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엄청 가벼워진다는 걸 느껴요. 내가 보잘것 없는거야. 저 사람이 없으면 난 우주로 튕겨나가 버릴 것 같은 거예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했으면서도 옳다고 우길 때 기쁨을 느낀다.
【로지아: 선인장 꽃】 p.101
강사 : 이야 이거 중요해요. 1+1이 굳이 3이라고 우기는 애인을 봤을 때 너무 고맙죠. 왜요? 내가 걔를 사랑하니까. 유일하게 내가 그걸 품을 수 있어요. 나 아니면 얘는 어디 가서 돌 맞아요. 나만 품어줄 수 있는 거예요. 자신이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예요. 그 사람이 실수를 하고, 엄한짓을 하고, 다른 사람한테 욕먹을 짓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좋아져요. 근데 반대로 '아우 창피해 죽겠어. 1+1이 3이야?' 사랑 아니에요. 여러분들 그렇잖아요. 남자친구가 옷을 더럽게 입고 온 거야. 아주 냄새가 나 그냥. 여러분들 어때요 화나요? 화나면 안 되죠. '다행이다. 다른 암컷들이 이 남자를 건드리지 않겠다(웃음)' 반응이 안 좋네요. 제가 얘기한 거 아니에요. 벤야민이 이야기한 거예요(웃음). 그 사람이 내가 타야 하는 궤도의 중심인데 그 사람의 냄새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내 절대적인 중심인데. 여러분은 내 중심으로 도니까 내 주변에는 예쁜 것들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 주변 것들은 다 예뻐야 해. 여기서 우리는 심각해져요. '아 내가 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구나' 하고요. 내 애인을 내 친구들한테 소개해 줄 때 꼭 애를 헤어샵에 데리고 가서 머리를 다듬어주죠. 애완견 샵에 가듯이. 이뻐 보여야 하니까. 개끈으로 묶어서 끌고 다니는 거예요. 그러지 않았어요? 여러분들? 자랑하고. 얘는 품종이 좋아. 서울대 나왔어. 아니에요?
최근 시인들의 인터뷰와 함께 시를 읽어보고 있는데 정말 너무 좋다. 시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위 강의 내용도 너무 좋았는데, 시를 읽다가 저 강의 내용이 생각나는 시의 구절을 발견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중 한 구절.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들은 사실, 나를 치장하는 악세사리나 나를 지켜줄 방어막같은 것에 불과했다는 거.
우리는 비겁해서 내 비겁함들을 사랑이라고 정당화하려 든다는 거.
황지우 시인의 좋은 시 몇 개 공유!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재앙스런 사랑 / 황지우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생을 정지시켜놓았구나
이 추운 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아직 우리에게 체온이 있다면
그대와 저 얼음 속에 들어가
서로 으스져라 껴안을 때
그대 더러운 부분까지 내 것이 되는
재앙스런 사랑의
이 더운 옷자락 한가닥
걸쳐두고 싶구나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은
아무리 하기 힘든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화산암 속에서든 얼음 속에서든
하얀 김처럼 남아 있으리라.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 / 황지우
나, 이번 생은 베렸어
다음 세상에선 이렇게 살지 않겠어
이 다음 세상에선 우리 만나지 말자
......
아내가 나가버린 거실
거울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나이가 있다 치자
그는 깨우친 사람이다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중고품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낡은 쾌종 시계가 오후 2시가 쳤을 때
그는 깨달은 사람이었다.
죽기 아니면 사랑하기 뿐/ 황지우
내가 먼저 待接받기를 바라진 않았어! 그러나
하루라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으니.
다시 이쪽을 바라보기 위해
나를 對岸으로 데려가려 하는
환장하는 내 바바리 돛폭.
만약 내가 없다면
이 강을 나는 건널 수 있으리.
나를 없애는 방법,
죽기 아니면 사랑하기뿐!
사랑하니까
네 앞에서
나는 없다.
작두날 위에 나를 무중력으로 세우는
그 힘
게 눈 속의 연꽃 (황지우)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
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
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
나는 또 하품을 한다
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
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
흔들리는 풀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다
나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짐승이다
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
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
돌 속에 추억에 의해 부는 바람,
흔들리는 풀꽃이 마음을 흔든다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
불을 기억하고 있는 까마득한 석기 시대,
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
내 마음 깨뜨려 이름을 빼내가라
이성복 시인의 인터뷰... 진짜 너무 멋지다. 강한 사람은 갑옷을 잔뜩 껴입은 사람이 아니라, 맨몸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맨얼굴을 직시하기 두려워 외면하는 이는, 또다시 다른 가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진실을 감당하는 할 수 있는 정도가 성숙함의 정도고, 자신의 비겁함을 끝내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것,
그것이 진정 나다운 삶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깊이를 가진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언어에서는 더욱 선명하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 이성복
사랑은 자기반영과 자기복제. 입은 삐뚤어져도 바로
말하자. 내가 너를 통해 사랑하는 건 내가 이미 알았고
사랑했던 것들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해서, 시든 꽃과
딱딱한 빵과 더럽혀진 눈(눈)을 사랑 할 수 없다. 내가 너
를 사랑한다 해서, 썩어가는 생선 비린내와 섬뜩한 청거
북의 모가지를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은 사랑스러운 것
을 사랑할 뿐,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아장거리는
애기 청거북의 모가지가 제어미에게 얼마나 예쁜지를
너는 알지 못한다.
사랑은 자기반영과 자기복제라니.... 크....
우리는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할 뿐.
타인의 사랑에 말을 얹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내 가슴의 정직한 반응은 내 감수성이,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아주 명료하게 알려준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3/2018070303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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