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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Oct 22. 2024

같은 집 다른 사연

<집수리 마음수리 2>

집수리를 통해 알게 된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한 일이니 전화를 끊지 말고 문자의 사진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문자엔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싱크대 바로 앞의 강화마루가 물에 젖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원인이 뭘까 물어왔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었기에 뭐라 딱히 말하기 힘들었다. 현장에 있는 부동산 사장님의 의견을 물어보니 싱크대하수구가 막혀서 물이 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사장님은 지금 바로 와달라고 요청했으나 작업이 끝나질 않아 당장 갈 수가 없었다.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급하게 해당세대에 도착했다. 세대엔 이사를 나간 듯 텅텅 비어있었고 웬 남자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을 매입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싱크대 문을 열고 하수구와 바닥을 살펴보았다. 마루 바닥의 끝지점인 싱크대 안쪽 마루부위도 검게 변해 있었으나 물기는 없었다. 주방수도를 틀어 배수를 확인해 보아도  물 또한 막힌 곳 없이 잘 빠지고 있었다.

부동산에 확인해 보아도 아래층에 누수는 없다고 한다. 보일러 누수로 이 정도로 변색되었다면 아래층에도 물이 떨어져 천장에 얼룩이 생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원인은 생활습관으로 추측되었다. 설거지를 자주 하는 싱크대 앞이나 몸을 씻고 물기를 잘 닥지 않고 나오는 욕실 앞쪽에는 간혹 이런 문제들이 생기기도 한다. 가뜩이나 물기가 잘 마르지 않는 고무메트가 깔려있거나 발매트를 잘 관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제는 집을 매입하는 새 주인의 반응이다. 집을 사기는 했는데 집에 하자가 있다면 난감한 일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새 주인의 한마디에 모든 의문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마루를 다 뜯어내고 새로 갈 거라고 한다. 심지어 대부분을 리모델링하겠다고 한다.

그렇다. 싱크대 하수구가 막혔는지! 보일러 누수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문제가 있다면 수리를 하고 전 집주인에게 수리비를 받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확인을 마치고 집을 둘러보았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집안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전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집을 팔고 갈 생각이라 고치지 않고 살았는지, 형편이 안 좋아 고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루가 물기에 변색이 될 정도라면 오랜 세월 이 상태 그대로 지냈을 것이다. 웬만하면 고치고 사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 집은 새로운 집주인의 취향과 전혀 달랐던 것이다.


같은 단지를 방문하다 보면 어느 집은 큰돈을 들여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집이 있다. 반면 어느 집은 분양 당시부터 그대로 지내다 싱크대 수전이 망가져 고치거나 분양 시에 있던 변기의 부품을 갈아 달라고 한다.  

같은 집이지만 형편이 다른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들은 집을 깔끔하게 인테리어 해서 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집들은 현상유지를 하며 살아가는 편이 많다. 


싱크대 수전하나 교환하는대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알아보고 알아보며 경제적인 것을 찾는다. 평생소원인 집을 소유하기는 했지만 은행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은행에 꼬박꼬박 상환해야 할 빚이 있는 것이다. 평생 월세를 사는 거와 다를 바가 없다.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인지도 모른다. 집값이라도 오른다면 그 이유로 위안을 삼겠지만 요즘 같은 흐름에는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집이 망가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다. 


겉으로 보기엔 같은 집이지만 세대수만큼이나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가장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형편에 맞게 관리하면 좋을 것 같았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미치지 못하지도 않게 쾌적하고 포근하게 자신에게 맞는 살만한 집으로 만들어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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