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마음수리 2>
이제는 집을 매입하는 새 주인의 반응이다. 집을 사기는 했는데 집에 하자가 있다면 난감한 일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새 주인의 한마디에 모든 의문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마루를 다 뜯어내고 새로 갈 거라고 한다. 심지어 대부분을 리모델링하겠다고 한다.
그렇다. 싱크대 하수구가 막혔는지! 보일러 누수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문제가 있다면 수리를 하고 전 집주인에게 수리비를 받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확인을 마치고 집을 둘러보았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집안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전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집을 팔고 갈 생각이라 고치지 않고 살았는지, 형편이 안 좋아 고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루가 물기에 변색이 될 정도라면 오랜 세월 이 상태 그대로 지냈을 것이다. 웬만하면 고치고 사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 집은 새로운 집주인의 취향과 전혀 달랐던 것이다.
같은 단지를 방문하다 보면 어느 집은 큰돈을 들여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집이 있다. 반면 어느 집은 분양 당시부터 그대로 지내다 싱크대 수전이 망가져 고치거나 분양 시에 있던 변기의 부품을 갈아 달라고 한다.
같은 집이지만 형편이 다른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들은 집을 깔끔하게 인테리어 해서 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집들은 현상유지를 하며 살아가는 편이 많다.
싱크대 수전하나 교환하는대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알아보고 알아보며 경제적인 것을 찾는다. 평생소원인 집을 소유하기는 했지만 은행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은행에 꼬박꼬박 상환해야 할 빚이 있는 것이다. 평생 월세를 사는 거와 다를 바가 없다.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인지도 모른다. 집값이라도 오른다면 그 이유로 위안을 삼겠지만 요즘 같은 흐름에는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 것 같았다. 그나마 집이 망가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다.
겉으로 보기엔 같은 집이지만 세대수만큼이나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가장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형편에 맞게 관리하면 좋을 것 같았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미치지 못하지도 않게 쾌적하고 포근하게 자신에게 맞는 살만한 집으로 만들어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