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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라는 이름으로...

<집수리 마음수리 2>

by 세공업자

"기사님 지금 보낸 사진 좀 확인해 주세요? 얼마 정도 나올까요?"

"네! 지금 바로 확인해 드려야 하나요?"

"바로 확인하시고 해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급하신 일인가요?"

"네! 임대인이 이게 해결 안 되면 세입자 보증금을 못주겠다고 해서요!"

"아~알겠습니다!"


한창 작업 중에 평소 알고 지내는 공인중개사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작업 중에 오는 전화는 반갑기도 하지만 지금같이 바로 확인하고 해결해 달라고 한다면 일이 중단되고 늘어지니 조금은 난처한 일일 것이다. 한편으론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부탁을 할까! 사진을 확인해 보니 신발장 선반이 불어 터진 것이다. 시트지가 이렇게 쉽게 불어 터지진 않는데 이상하리만큼 쭈글쭈글했다. 벗겨내고 다시 필름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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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복구해야 할 부분들

또 하나는 우물천장안쪽의 조명등이었다. 이 부분은 내가 조명등의 규격만 알려주면 세입자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직접교체 하겠다고 했단다. 이게 그리 쉬워 보였을까? 오래된 조명등과 요즘 나오는 조명등은 서로 연결하는 연결구가 모양새는 비슷하나 규격이 다를 수 있어 연결이 안 될 수 있다. 또 조명등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그 세대에 달려있는 길이가 600mm, 900mm, 1200mm 중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확인을 할게 아니라 3가지 사이즈를 가지고 가서 그냥 갈면 된다.


해당 조명등의 의뢰받은 사항 그대로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규격을 확인하고 세입자에게 알려준다고 가정하자! 세입자는 조명등을 구입해서 빈집에 방문을 한다. 이런... 천장에 손이 닿질 안는다. 빈집엔 밟고 올라가 직업을 할 수 있는 의자가 없다. 뭘 밟고 올라가야 하는데 말이다. 관리사무소 등 어디에서 의자를 빌려 왔다고 하자. 올라가 조명등을 갈려고 서로 연결된 부위를 분리하다 그만 노후된 다른 조명등이 파손되고 말았다. 구형조명등에 신형조명등을 연결한다. 이런... 이번엔 서로 맞지 않아 결합이 안된다. 일이 더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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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부품들은 분리하다 파손 될 확률이 높다/비슷하지만 사이즈가 달라 결합이 안된다.

1~2만 원 아끼려다 멘붕에 빠질 수도 있다. 세입자라는 이름으로 원상 복구하는 것도 서럽고 억울한데 이 난리를 치고도 조명등 하나 제대로 조치할 수 없는 현실이 닦칠 것이다. 보증금은 언제 돌려받는단 말인가!. 보증금 돌려받을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 하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그제야 교체를 의뢰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실속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


예상되는 이 부분을 공인중개사분께 설명하고 신발장 필름작업을 하면서 같이 조치해 놓겠다고 했다. 비용은 결혼 직후부터 10년 동안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7번을 이사 다녀본 경험을 생각해 최대한 저렴하게 청구했다. 세입자분이 보증금을 신속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작업을 마무리하고 사진을 찍어 공인중개사분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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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원상복구/조명등은 600mm와1200mm를 교체

신혼초기 우리 부부는 필로티구조의 어느 다세대 주택의 1층주차장에 딸린 방을 얻었다. 우리는 이 방을 주차장방이라고 불렀다. 한여름에 집을 보았는데 집안이 의외로 시원하게 느껴졌다. 단열이 잘되어서 그랬을까? 무엇보다 지은 지 몇 년 안 되는 건물이라 깔끔해 보였다. 아내는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나는 이 집보다 오래되고 낡은 다른 집이 마음에 들었었다. 아내의 의견을 따라 깔끔해 보이는 주차장방을 얻었다. 이 집에서 여러 경험을 하게 되는데... 한겨울에 결로로 한쪽 벽면에 물이 줄줄 흐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결로 방지를 위해 작은 전기 라디에이터를 켜 놓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인이 전기 고지서를 들고 찾아왔다.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벽면에 결로로 물이 줄줄 흐르고 곰팡이가 피어 전기라디에이터를 켜놓았다고 했다. 임대인은 사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단열을 안 하고 도배만 깔끔하게 해서 또다시 임대를 놓은 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 상태로는 계속 지낼 수가 없었다. 수소문을 해서 결로방지용 실내단열벽지를 찾았다.


직접 곰팡이 난 벽지를 제거하고 단열벽지를 꼼꼼하게 붙였다. 한참을 작업하고 나서야 깔끔하고 예쁘게 벽면이 완성되었다. 결로가 생기던 차가운 벽면이 단열이 되니 방안이 금세 훈훈한 기운이 돌았다. 세를 얻은 방이었지만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우리 집인 것이다. 함부로 사용하기보다는 잘 관리하며 지내면 되는 것이다. 집주인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탓만 하며 불편하게 지내면 우리만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집을 나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집이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잊혀 갈 때쯤 그 집주인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깜짝 놀라 웬일인가 싶어 이유를 물었다. 집주인분은 전에 살던 방에 그 단열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집을 지을 때 단열이 제대로 안되었는지 다른 방에도 결로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단열재를 어디서 구입하는지와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작업방법도 상세하게 알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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